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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지구가 다시 돌아누웠다
게시물ID : lovestory_86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3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0/25 21:13:0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cBPIq3TInUc





1.jpg

이윤택참나무

 

 

 

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그래 내가 물었다

참나무야

너는 어떻게 늙어 가니?

 

가능한 시선을 멀리 두고 살지

그러면 아직 나를 중심으로

별들은 순행하고

 

하루쯤 늦은 신문이라도 받아 볼 수 있겠지

 

좀 외진 곳에 살더라도

그늘을 넓게 확보하는 게 좋아

지금 세상은 빛을 너무 받아 지랄발광하지

깊게 패이고 썩은 몸에서 맛나는 버섯이 자라고

딱정벌레 같은 가족은

내 몸에서 흐르는 진땀을 먹고 산다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담는 그릇

언젠가 허옇게 마른버짐 피우며 부러지겠지

그때는 군불 때는 땔감

그때가 사실 내 삶의 절정이지

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면

툭 짧은 외마디 비명

그대로 숯이 되겠지

숯에 스며든 격문 같은 시 전사 같은 삶

그대로 천년쯤 시간을 견디며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지







2.jpg

김유선누수(漏水)

 

 

 

사람 몸이 물이라니

사람 꿈도 물이어서

꿈만 꾸다가 깬 어느 새벽

누수가 되어버린

몸의 꿈을 본다

언제부터일까

누수된 사랑

누수된 믿음

믿음의 70%가 누수되니

말에도 물이 없어

부딪칠 때마다 소리가 난다







3.jpg

장만호자전

 

 

 

밤이 왔다

지구가 다시 돌아누웠다

 

먼 데서부터 먼 데로

습관적으로 피고 지는

점진적인 가로등

 

거리의 아이들은

골목을 나와 골목을 돌아가고

 

밤의

꽃나무 한 그루

뒤척이며 제 중심을 들여다 보고 있다







4.jpg

정희성희망공부

 

 

 

절망의 반대가 희망은 아니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희망은 절망 속에 싹트는 거지

만약에 우리가 희망함이 적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을 비추어줄까







5.jpg

장석남뻐꾸기 소리

 

 

 

깜빡

낮잠 깨어나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봉숭아 꽃빛같이

아무 생각 없이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꽃빛만 같이

 

사랑도 꼭 그만큼쯤에서

그 빛깔만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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