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체에서 알게 된 장애인 친구들이 몇명 있습니다.
전 비장애인 이구요
이 친구들과 몇년째 연락도 하고 가끔만나 외출도 하고 술도 한잔 합니다.
얼마전 그중 한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모양이더군요
너무 괴롭다고 술한잔 사달라 하더군요
그래서 종각역3번출구 먹자골목에 있는 한 오리구이 집에 갔습니다.
나와 그친구 그친구의 활동보조 참고로 활동보조를 하는 친구도 장애가 좀 있습니다.
그 오리구이집은 제가 여러번 갔던 곳이고 혹 장사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한가한 시간인 5시 30분쯤 방문을 했습니다.
문을 열고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자 여사장님 표정이 좋치 않더군요
뭐 종종 있는 일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보통 손님 못받겠다고 나가달라고 하는 곳도있으나
별만 없길래 그려려니 했지요
혹 뒤테이블에 피해를 줄까 휠체어를 바짝 땡기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시간 가게엔 두테이블 정도가 있었고 그닥 바빠 보이지도 않는데
음식이 안나오더군요 (주문은 했구요)
종업원을 재촉해 오리와 술을 받았고 막 먹으려는데 여사장님이 오셔서 한마디 하더군요
뒤테이블에 피해를 주니 휠체어좀 바짝 당겨 달랍니다.
휠체어가 사람보다 덩치가 큽니다.
뒤 테이블엔 사람도 없었고 그날은 평일이었고 5시 30도 안된 시간인데 손님이 얼마나 온다고 그러는지
테이블도 넓게 쓰면서 뒤자리까지 피해 주면 되느냐고 뭐라 하더군요
조금 짜증이 나더군요 하지만 가뜩이나 우울한애 위로 해주러 왔는데
참아야 겠다 싶어 좋게 넘어갔습니다.
아무소리 안하니 우리가 우수워 보인걸까요
장애인 둘에 티쪼가리나 걸치고 있는 비장애인 하나 50대 정도 보이는 여사장님 눈엔
사실 만만해 보였겠지요
다른 테이블에 가선 단골인지 어쩐지 웃으며 말도 잘하더니 돌아서서 우리쪽엔 계속 인상을 쓰더군요
싸우기 싫어 무시하고 술한잔 하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친구 비장애인과 연애를 했기에 너무나 힘들어 했는데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렇게 한 40분쯤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제가 직접 오리고기를 굽고 있었는데 고기가 절반쯤 남았을때 였습니다.
여 사장님이 오시더니 접시를 들어 남아있는 고기를 그대로 불판에 들이 붙더니 가시더군요
헐...빨리 먹고 나가라는 건가요 우리가 거지새끼인가요 빌어먹는 거지한테도 자기집에 온 손님을
저렇게 대하진 않겠네요.
그날 위로받으로 나왔던 그친구 기분만 더 더러워 졌고 저 역시 분을 참기 힘드네요
사장님 장애인이 그렇게 방해가 되었습니까그럼 아예 받질 마시던지요
장애인은 내돈내고 술도 편히 못마시나요
가게가 꽉차 테이블이 없는것도아니고 게다가 2층까지 자리가 있어 넉넉한데 우리도 자리가꽉찬집은
피해 갑니다 한참 바쁠시간도 피하구요
그런데 서비스를 그렇게 밖에 못하시나요 사장님 아는 지인분중에 장애인이 있어 그런일을 겪으면
사장님은 뭐라 하실런지요
가뜩이나 장애인으로 태어나 설움도 많고 그것때문에 연애도 힘든데 이런 대접까지 받으니 제가 뭐라
할말이 없더군요 참 우울한 하루 였습니다.
p.s
왜 항의 하지 않았냐구 혹 이야기 하실분이 있어 몇자더 적습니다.
항의요 해 봤죠 그 동안 이런일 처음도 아니고
하지만 돌아오는건 그저 상황모면을 위한(다른 손님 눈이 무섭겠지요) 마음에도 없는 사과
아니면 딱 잡아때기 그도 아니면 대판 싸우고 나오거나
이 세가지 인데 결국 해결도 안날뿐더러 그러고 나오면 자괴감 들고 기분만 더 상하기 마련이지요
근본적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참 답답한 문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