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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62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멜로디데이★
추천 : 27
조회수 : 3559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6/02/15 22:11:51
언젠가 엄마가 내게 말했습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 하지 않는단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노력이라는 것은 한동안 제게 큰 도움이 되었죠.
열 일곱살 명문 여고에 입학하여 열심히 노력한 덕에, 저 보다 머리 좋은 아이들을 제치고 전교 일등을하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대학 생활은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숨막히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하면 달달한 시간이였죠. 저는 대학교에서도 끝 없는 노력을 했습니다.
과탑을 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었죠. 약간의 문제라면 여고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던 저의 모습이랄까요. 사실 저는 뚱뚱합니다. 초등학교 시절엔 약간 통통한 정도였고, 고등학교에 입학 한 후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급격하게 뚱뚱한 몸이 되었지요.
저는 제가 뚱뚱했지만 제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째서 일까요?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남자 선배가 그러더군요. '넌 자기 관리 안하니?' 황당 했습니다.
그 말을 필두로 저는 '민희'가 아닌, 뚱뚱한 여자애가 되었습니다. 제가 강의실을 지나 갈때마다 남자 학우들은 킥킥 거렸고, 여학우들은 비꼬는 것인지 위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의 끝, 제가 처음 과탑을 했을때 '축하한다.'는 말이 아닌 '독하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 동기 중 유일하게 친절했던 은하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얼굴 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왔습니다.
남자 학우들은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행동들로 저를 무시 했고, 여자 학우들은 어떠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재 보단 낫지'라며, 나를 그들의 위안거리로 삼았죠.
그들 중 유일하게 저를 '민희'로 봐준 사람은 은하였습니다. 제가 과탑을 했을 때, 대학 동기들 중 유일하게 카톡으로 축하메세지와 기프트 콘을 주었죠. 저도 은하를 축하해주었습니다. 은하도 2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죠.
저는 저만 기프트 콘을 받은게 미안해서, 방학 중 은하를 만나 밥을 샀습니다.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저에게 '자기 관리 좀 해'라는 선배를 마주쳤죠. 우리를 본 선배의 첫 마디는 '넌 왜 이런애랑 다니냐.'였습니다.
슬펐습니다. 나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제게 모진 말을 습관적으로 던진 그 선배는 키가 크지도, 잘생기지도, 성적이 좋지도 못했거든요. 저는 그 상황에서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밤이면 밤마다 '돼지'라는 환청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유일하게 친절했던 은하를 멀리하게 되었죠. 이유는 은하를 보면 날 비웃던 그 선배가 떠 올라서요.
그렇게 반년이 흘러 2학년이 되자, 저는 급격하게 말 수가 줄었습니다. 지속 되는 교묘한 왕따와 무시, 밤마다 들리는 돼지라는 환청은 잠을 잘 수 없게 했고, 정신은 피폐해져갔습니다.
여전히 성적은 좋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저를 볼 때의 첫 마디는 '무슨 일 있니?'라는 말이였습니다. 저는 제게 있었던 일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착한 은하를 버릴 정도로 독한 돼지년 만이 남아있을 뿐이였습니다.
어째서인지 제가 과탑을 한게 제 노력의 성과가 아닌, 천사 같은 은하의 자리를 뺏은 썅년이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휴학을 선택했습니다. 휴학을 하고 집에 틀어 박혀 있던 그때, 돌아가신 엄마의 말이 떠오르더 군요.
"노력은 절대로 배신 하지 않아."
저는 그 날 이후 휴학을 선택한 반년 동안 50kg 가량 감량했습니다. 지금의 몸무게는 44kg 밖에 나가지 않아요. 제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복학하자, 썅년은 사라지고 공부도 잘하고 예쁜 엄친딸 '민희'가 되었습니다.
돼지년이 아닌, 엄친딸이 된 저에게 남자 선배는 말하 더군요. '진작에 빼지, 내가 너 살 빼면 예쁠 것 같아서 조언 좀 한 건데 상처 받았던 건 아니지?' 역겨웠습니다.
저를 위안 삼던 여학우들은 저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고, 매일 제 뒤에서 욕설을 뱉던 남학우들은 제게 고백했습니다. 그날 이후, 환청은 사라졌습니다. 거짓말 처럼요.
다만, 제 눈엔 더 이상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요. 제게 말을 거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가면'으로 보이거든요. 그렇게 일 년을 살다보니, 저도 미쳐가기 시작하더군요.
사학년이 되던 해,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저는 다시 돼지가 되었습니다. 네, 동시에 저는 다시 썅년이 되었죠. 저를 동경하던 여자애들은 '요요는 진짜 무섭다니까, 애초에 뚱뚱한애들은 답이 없나봐.'
제게 모진 말을 퍼 붓고, 고백했던 남학우들은 '뚱뚱한 년이 살 좀 빠졌다고, 기세 등등하던 꼴 안봐서 좋네, 꼴에 고백 받은 거 찼다며? 내가 저런 돼지한테 차이다니'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노력했던 덕분에 저는 취업을 했습니다. 근데 어째서죠? 직장 내에서 당하는 왕따는 지독스럽더군요.
돼지라는 이유로 당하는 직장 왕따는 어떤 노력으로도 해결 되지 않았어요. 일을 열심히 해도, 말을 예쁘게 해도 전 그냥 뚱땡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더군요. 직장과 겸한 다이어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고, 저는 몽유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저는 제가 수면 중 일때, 몸이 마음대로 일어나 먹습니다. 네, 저는 더 뚱뚱해졌고, 한심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시절 들었던 환청은 다시 시작 되었고, 그 환청은 자기 전이 아닌 일상 생활을 지속하는 내내 들렸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하얀색 가면 위에 눈코입 없이 보였고 저는 괴로웠습니다.
분명히 노력하는 삶이였는데, 어디서 부터가 잘 못 된 것일까요. 몽유병은 점차 심해져, 밖을 나돌아다니기 까지 했습니다. 얼마 전엔, 치킨집 앞에 깬 적이 있고, 새벽에 한강 둔치를 걷고 있기도 했죠.
그리고 지금, 조금 낯선 낭떨어지 위에 저는 깼습니다. 제가 정신을 차렸을 때, 너무 놀라 주저 앉았습니다. 놀란 가슴을 다스리고 숨을 고르자, 예쁜 달이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눈 앞에는 최근에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환상적인 밤 하늘과 눈 부신 야경이 펼쳐졌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나 처럼 뚱뚱한 여자는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요.
그 순간, 제 몸이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자, 이제 뛰어.'
"어머니, 노력으로 안 되는 것도 존재 하더군요."
출처 |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제각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 다르다고 해서 자신의 밑에 있거나 놀림감으로 삼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외모로 인해, 차별 받거나 상처 받은 이들이 치유받길 기도하며 다른 것을 존중하는 세상이 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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