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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우셨답니다...
게시물ID : gomin_11790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팔도비빈년☆
추천 : 4
조회수 : 62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16 06:00:01
"그저께인 8월 14일 제사라서 집에 내려갔다가 왔는데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듣고 잠이 안와서 이 새벽에 글 써봅니다.

일단 저희 아버지를 소개하자면 현재 10년째 경기도권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시는 기사님 이십니다.

약 5~6년 전 쯔음 경기도권 버스회사 중에서 가장 대우도 좋고 전망이 좋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셨는데 경력 부족으로 번번히 고배를 드셨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않고 경력을 계속 쌓으시곤 결국 그 회사에 취직을 하셨죠 제가 일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전화오셔서 굉장히 들뜨신 목소리로 희소식을 전해들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 일주일 지났을까요? 아버지는 멀쩡히 제갈길을 가시고 있는데 어떤 승용차가 와서는 살짝 부딪혀 사이드미러가 파손되는 접촉 사고가 났고 수습기간중 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바로 해고되셨습니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도 상심이 크셨지만 아버지는 좌절 하시지도도 억울해 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내가 조금 더 조심했었어야 했다며 쿨하게 받아드리시더라구요..

그리고 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으셨고 현재까지 별 무리없이 운행일 하시면서 지내오셨습니다.
아니 그런줄 알고있었습니다.

허나 어제 어머니께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운행중인 버스안에서 승객이 넘어지거나 사소한 사고라도 생기면 버스회사에서 보험처리를 해줘야되는데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것도 조심스러운게 행여나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악용하지는 않을까 해서 고민을 하다가 우리 오유에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들이 없을거라 믿고 글을 쓰는겁니다.

이야기를 이어 가자면 젊은 승객들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40대이후 아줌마들 특히 노인들이 이런 사례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집에서 며느리들한테 교육받고 노리고 버스를 타시는 분들도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는 몇번 당하시곤 노인분들이 서계실때는 자리에 앉으실때까지 출발을 안한다 하시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자리를 옮기다가 넘어지시는 할아버지(30만)
내리다가 자기 우산이 봉에 걸려 넘어지신 아주머니(20만)
뒷문으로 승차후(사실 이것 자체가 불법)탄 걸 아버지가 확인하시곤 뒤로 타시면 안된다고 한마디 하신후 문을 닫는데 손가락이 꼈다고 노발대발 하신 아주머니(30만)
신호 대기중에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 혼자 넘어져놓고 버스에 부딪혔다고 바락바락 우기다가 결국 경찰에 신고하니 슬쩍 내뺀 아주머니

정말 듣는내내 화가 나더군요 이밖에 수도없이 억울한 사고들이 많더라구요...여기서 문제가 뭐냐면 이런 사고가 나면 회사에서 당연히 보험처리를 해주고 합의금을 주는데 이게 쌓이고 쌓이다보면 그 기사는 결국 짤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사분들이 그냥 그자리에서 개인 사비로 합의를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구요..저희 아버지는 앞서 말한 수습기간중 있었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로 거의 회사에 얘기하지않고 15만원,20만원,30만원씩 합의금으로 뜯기신게 엄청 많으시더라구요...

이런 드러운꼴 다 이겨내시고 올해는 좋은노선(?)을 배정 받으셨다고 좋아하셨습니다.
(노선중엔 운행하기 불편하고 힘든 노선이 있고 비교적 편한 노선이 있는데 아버지께서 회사내에선 사고도 별로없고 고참급으로 인정받으심)
그러나 며칠 전 또 일이 터졌습니다.

어떤 할머니가 헐레벌떡 뛰어오셔서 뒷문으로 타시다가(앞에 말했지만 뒷문으로 타는거 자체가 불법) 넘어지셨는데 아버지는 또 철렁거리셨다고...
놀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께 다가가 괜찮으시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걱정하지말라고 하시길래 안심하시고 자리로 돌아가셨는데 오후에 그 할머니 며느리라는 사람한테 전화가 와서는 할머니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드립시전...
 
결국 30만원 뜯기시곤 다다음날 출근후에 너무 분하고 회의감을 느끼셔서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시질 않으셨답니다.

결국 친한 동료분께 전화해서 일 그만둘거니 오늘 대신 운행좀 해달라(제가 쉬시는 분께 미안한거 아니냐니 다들 일 하루라도 더 하길 원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분도 물론 흔쾌히 승낙하셨다고..) 하시곤 사표를 내시고 집에 오셨답니다.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대낮에 아버지가 오시니 깜짝 놀라 무슨일이냐고...
술한잔 하시면서 어머니께 사표내고왔다.
사람이 무서워서 일을 못하시겠다 하며 펑펑 우셨다고하네요...
애같이 우는 모습을 본 어머니도 당황하셔서 달래드리며 같이 우시고...
평상시 무뚝뚝 하시고 강하신 분이 저런 모습을 보이니 어머니가 속으로 어지간히 상처를 받으신 모양이라고 생각하셨답니다.

좀 진정이 된 후에 그럼 이제 뭐하실거냐고 물으니 산속으로 들어가시겠답니다...ㅡㅡ

그리고 어제 아버지 혼자서 아침일찍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하러 다녀오셨더라구요..

올라오는길에 저도 마음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러셨을까...

자꾸 그저께 우셔서 퉁퉁 부으신 아버지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당장 내일인 일요일이 아버지 생신이셔서 아버지랑 영화도 보구 맛있는것도 먹고하려고 어머니께 일요일날 다시 내려가겠다고 전화하니...
아버지가 산소가셨다가 마음 다잡으시고 일요일날 출근 하신다네요...

이게 다행인건지...

너무너무 마음이 안좋고 걱정이 됩니다...

음...쓰다보니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음...썩 유쾌하지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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