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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가정백반을 먹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6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8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9/28 16:19:4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2vxZ1






1.jpg

정태일우물

 

 

 

달이 놀다 간 우물

댓잎 하나 떨어져 있다

 

어머니 두레박으로 퍼 올리던

한참 맴돈다

 

하현달이 함께 맴돈다







2.jpg

신달자가정백반

 

 

 

집 앞 상가에서 가정백반을 먹는다

가정백반은 내 집에 없고

상가건물 지하 남원집에 있는데

집 밥 같은 가정백반은 집 아닌 남원집에 있는데

집에는 가정이 없나

밥이 없으니 가정이 없나

혼자 먹는 가정백반

남원집 옆 24시간 편의점에서도 파나

꾸역꾸역 가정백반을 넘기고

기웃기웃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대모산이 엄마처럼 콧물을 흘쩍이는 저녁







3.jpg

박창기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

 

 

 

그대가 처음

내게로 왔을 때처럼

놓고 가는 것 또한 우연이면 좋겠네

 

산자락 넘어오는 그대

바다나루 건너오는 그대

몸은 이미 지나고 마음만 뒤에 남아

갈잎 흔들며 흔들며

갯내음 사발로 들고 오는 그대

 

그대를 만나서는

그대가 지피는 세찬 불에

한참이나 등신불이 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내 속에 가두어둘 겨를도 없이

가는 일도 기약 없는 약속처럼

우연이면 좋겠네

 

우연도 순간이어서

기쁨처럼 아픔도 그러했으면 좋겠네







4.jpg

이경임야누스의 나무들

 

 

 

몸의 반쪽은 봄을 살고

몸의 반쪽은 겨울을 산다

 

꿈의 반쪽은 하늘에 걸어두고

꿈의 반쪽은 땅속에 묻어둔다

 

마음의 반쪽은 광장이고

마음의 반쪽은 밀실이다

 

생각의 반쪽은 꽃을 피우고

생각의 반쪽은 잎새들을 지운다

 

집의 반쪽은 감옥이고

집의 반쪽은 둥지이다







5.jpg

김중식모과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영혼이 까맣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가난에 찌든 모과여 망신(亡身)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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