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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울 곳이 있어야 한다
게시물ID : lovestory_86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9/10 18:01:40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20jsN






1.jpg

김영남나팔꽃

 

 

 

너는 이 꽃 속에 있지만 나는 잊지 않다

너는 네 밖의 사람들을 위해 목을 매달았지만

나는 매달 수 없다 아니다 나는 달 수 있지만

네가 매단 적 없다

이런 질문을 앞에 두었다가 뒤에 두었다가

어느 감옥에 이른다 감옥 창문을 넘어다본다

그러다가 불행한 화공의 이야기 속에 시든다

 

누가

그 화공의 붓을 들고 지금

인류 밖으로 나가고 있다







2.jpg

구재기흔들의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면

세상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이

이토록 편안할 줄이야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그 물결이

출렁이면서 바다가 살아있다는 것이

보인다 도무지 마음 가지 않은 것들도

한 번쯤 흔들리고 나면 정이 붙는다

흔들릴 때마다 하늘이 내려와 앉고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이 치솟다가

물속에 잠기기도 한다 한 여름

무더위가 씻은 듯이 사라질 무렵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것이 안심이 된다

 

배 한 척이 수평선 위에 뜨기까지

얼마동안이나 육지를 밀어내며

흔들려 나아갔을까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는

세상에서 혼자서만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나를 본다







3.jpg

조정권길 위의 행복

 

 

 

마음을 저축하면

이자가 붙나

마음을 투자하면 두 배가 되나

 

아니다 마음을 헌금하는 거다

꽃에다 별에다 새에다 샘물에다 이슬방울에다

피라미에다

길에다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면서

길에다 헌금하는 거다







4.jpg

고진하천둥소리

 

 

 

저 잔혹한 섬광 뒤의 굉음을 받아 적을 수 없다

하늘에 긋는 저 시퍼런 성호도 받아 적을 수 없다

오늘밤은내 시도 정전(停電)이다







5.jpg

천양희웃는 울음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 없이 우는 것 말고

몸에 들어왔다 나가지 않는 울음 말고

웃는 듯 우는 울음 말고

 

저녁 어스름 같은 긴 울음

폭포처럼 쏟아지는 울음

울음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울음

집 구석 어디에서든

울 곳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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