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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일요일 아침부터 울려대는 크락션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침부터 어떤 새끼야..ㅎ..'
머리는 지끈거렸고 속은 미친듯이 울렁거렸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에 쩔은 내 몸이 내 몸같지가 않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여름의 햇살이 싫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다시금 속이 울렁거린다..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내 머리는 자연스럽게 기억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제 오후..
불과 하루전만하더라도 그녀와 히히덕거리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코 나온 돈얘기..
결혼을 앞둬서 그런것일까 왠지 모르게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녀는 그런 나를 하찮게 대했다. 그랬던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의 무능력함을 낱낱이 까발려져서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했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닥치라고 소리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그녀는 분해서일까 아니면 부끄러워서 일까
빨개진 얼굴로 나를 한참을 쳐다보고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그녀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떨떨했다.
그녀에게 한 잘못을 느끼기도전에
주변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나도 자리를 박차고 따라 나섰다.
하지만 토요일 강남대로의 많은 인파속에 묻힌 그녀를 찾을 수는 없었다.
물론 전화기는 받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붕괴하고 말았던 것일까
무작정 술집에 들어가서 술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얼마나 마셨을지 기억도 안나지만 밤 10시쯤
나는 신기하게도 그녀의 집앞으로 갔다..
그녀의 이름을 하염없이 불러댔다.
영화속의 찌질이가 나였겠지?
그녀는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이윽고 나오게 되었다.
나는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
내가 미쳤었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내 마음이 어느정도 전달이 되었을까?
그녀는 알겠다고 일단 집에 가라고 했다.. 내일 보자고..
나는 알겠다고 훌쩍이며 돌아섰다..
그리고 눈을 뜨니 오전 9시...
믿기지 않는 현실에.. 믿기지 않는 내 행동에
나 스스로 화가나고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보고싶었다..
그렇게 혼자서 몸부림을 치다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그녀였다.
나는 반가운 표현도 못한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인기척만 냈다.
"뭘 그리 많이 마셨어!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그녀는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로 나를 걱정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한없이 빌었다.
"앞으로 한번만 더 그래봐!?
여기 꿀물 타놨으니까 이따 일어나서 마셔~ 술깨면 연락해"
그러고선 나갔다.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내가 미쳤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녀에게 내가 무슨짓을 한거야..
그녀가 너무나도 고맙고 고마웠다..
일단 술을 깰겸 다시금 잠을 청했다.
하지만 또 한번 울린 크락션 소리에 깨고 말았다..
'아 너무하네.. 도대체 언제까지 빵빵 댈거야 ㅎ'
짜증가득한 나를 보며
시계는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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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