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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무, 시소의 관계
놀이터 시소 놀이하는
아이들 구김살 없이 환한
얼굴 넋 놓고 바라본다
저 단순한 동어반복 속에
황금 비율이 들어 있구나
사랑이란 비율이 만드는 놀이
상대의 무게에 내 무게를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엇나가기 시작한 관계들이여
놀이터에 가서 어린아이로
시소에 앉아보아라
놀이에 몰두하는 아이들은
그러자는 약속, 다짐도 없이
서로의 무게를 받들 줄 안다
정한모, 빈 의자
그날 밤
너를 기다리던
저녁 밥상이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언제까지나
식지 않는 눈물이듯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책가방을 끼고
계단을 내려간
마지막
네 인사
오늘도 너는
빈 의자 위에
착한 그의 눈짓으로
돌아와 앉는다
신진, 맨 처음
세상에서 맨 처음
공중에 돌을 던진 사람은
새가 되어 공중에 들고
세상에서 맨 처음
물에 대고 돌을 던진 사람은
물고기가 되어 물에 들고
세상에서 맨 처음
사람에게 돌을 던진 사람은
사랑이 되어 그의 마음에 들고
이성부, 손님
어느 날 밤
내 깊은 잠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아직도 깨끗한 손길로
나를 흔드는 손님이 있었다
아직도 얼굴이 하얀
불타는 눈의
청년이 거기 있었다
눈 비비며
내 그를 보았으나
눈부셔 눈이 부셔
나는 눈을 감았다
우리들의 땅을 우리들의 피로
적셨을 때
우리들의 죽음이 죽음으로
다시 태어났을 때
사랑을 찾았을 때
검정 작업복을 입었던 내 친구
밤 깊도록 머리 맞대었던 내 친구
아직도 작업복을 입고
한 손에 책을 들고
말없이 내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아아 부끄러운 내 어깨 위에
더러운 내 14년의 어깨 위에
그 깨끗한 손길로 손을 얹었다
박창기, 나무가 걸어오네
종아리를 걷고
발가락을 길게 내리고
나무가 걸어오네
어깨엔 사려 깊은 손들이 여럿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나무가 걸어오네
걸어오는 나무를 쓰러뜨리는
오만의 인간, 그 앞에
쓰러지며 또 걸어오네
곁에 서고 싶은
나무가 걸어오네
하나둘도 아닌 여럿의
나무가 걸어오네
나무가 걸어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