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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옛사랑도 그러했었네
게시물ID : lovestory_861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7 22:21:12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C8wm5






1.jpg

이지엽저 사람 때문에

 

 

 

누구 때문에 일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거야

 

추호의 의심할 바 없이 나는 그를 지목했다

엄지는 하늘을 가리키고

검지는 늘 굼뜨기만 한 그를 의기양양하게 가리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

나머지 세 손가락분명 구부렸는데

 

구부린 그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바로 나였다







2.jpg

신달자지하철

 

 

 

내 마음 아래 레일이 있다는 걸 당신 알지

늘 의뭉스러운 사내 하나 달리고 있다는 걸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달려도 달려도

종착점에 닿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달리는 걸 멈추지 못하는 사내

지하 어둠 바닥을 달리는 것이

내 가슴을 후벼 파 만든

뼛속 길이라는 것을 당신 알지

 

꼭 한마디만 남기겠다고

반드시 내 몸에 한 줄만 새기겠다고

뼈를 후벼 파고 들어선 당신

 

세상 어디에도 나란히 설 수가 없어

내 마음 아래 레일 파고 눈 감고 달리는 사내

세상 밖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압선의 비명을 쇠붙이 긁는 소리로

지익

내 뼛속을 오늘도 지나가는 당신







3.jpg

나호열모란꽃 무늬 화병

 

 

 

한 겨울

낟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

외다리로 서서 잠든 두루미처럼

하얗고 목이 긴

화병이 내게 있네

영혼이 맑으면 이 생에서

저 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이나

온갖 꽃들 들여다 놓아도

화병만큼 빛나지 않네

빛의 향기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문 반의 발자국 소리

바라보다 바라보다 눈을 감네

헛된 눈길에 금이 갈까 봐

잠에서 깨어 하늘로 멀리 날아갈까 봐

저만큼 있네

옛사랑도 그러했었네







4.jpg

이가림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이음새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음새를

줄여서 새라 부르나 보다






5.jpg

구재기저수지에서

 

 

 

물결이 흔들리자

모든 게 사라지는가 싶더니

모든 게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물결이 조용해지면서부터였다

 

조용해진다는 것은

제 몸을 스스로 낮춘다는 것

저수지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맑은 물 밑까지

훤히 보이는가 싶다가

 

항상 높이 존재할 수 있는 하늘이

조용한 물속에

몸을 내릴 줄 안다는 것을

머리 숙여 하늘을 우러르며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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