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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다 네 덕분이라 하더라
게시물ID : lovestory_861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6 19:11:0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7VkuJ






1.jpg

이탄옮겨 앉지 않는 새

 

 

 

우리 여름은 항상 푸르고

새들은 그 안에 가득하다

새가 없던 나뭇가지 위에

세가 와서 앉고

새가 와서 앉던 자리에도 새가 와서 앉는다

 

한 마리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속에 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앉지 않는 한 마리의 새

보였다보였다 하는 새

 

그 새는 이미 나뭇잎이 되어 있는 것일까

그 새는 이미 나뭇가지일까

그 새는 나의 언어(言語)를 모이로

아침 해를 맞으며 산다

옮겨 앉지 않는 새가

고독의 문()에서 나를 보고 있다







2.jpg

최승호수평선

 

 

 

땅을 배고 하늘 보던

미륵의 돌뺨이

발그스름해지는 황혼 무렵에

 

와불(臥佛)이 발을 뻗은 저쪽

긴 수평선은

잔광을 번쩍거리는 큰 칼처럼 누워 있을까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있고

우리가 사라진 뒤에 존재하는 것

수평선은 하나의 불사신의 시선이다

 

우리는 한계 속에 살다 무한 속에 죽을 것이다

그러면 좀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는 무한을 누리다 한계 속에 죽을 것이다







3.jpg

박용재강릉

 

 

 

마음이 먼저 도착하여

한참 동안을 흥분하더라

몸은 더디게 더디게 도착하였으나

마음보다 더 흥분하더라

몸이 말하기를맑은 바람꽃 덩어리가

강릉보다 더 좋은 곳이 있더냐

마음이 받아치더라

해당화꽃 한 송이에 흥분할 줄 아는

삶이 어디 그리 흔하더냐

몸이 마음에게 물었다

그렇게 좋으냐고

마음이 그윽하게 답하기를

다 네 덕분이라 하더라







4.jpg

최승자이 시대의 사랑

 

 

 

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

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

 

늘 그대로의 길목에서 집으로

우리는 익숙하게 빠져들고

세상 밖의 잠 속으로 내려가고

꿈의 깊은 늪 안에서 너희를 부르지만

애인아 사천 년 하늘빛이 무거워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우리는 발이 묶인 구름이다

 

밤마다 복면한 바람이

우리를 불러내는

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우리는 풀지 못한다







5.jpg

김남조항구

 

 

 

하세월 표류해 온

나의 일엽편주가

뱃전 스치고 다시 떠나노니

만약에 예서

추운 이를 만나거나

눈매 글썽이는 따뜻한 사람을 알았더라면

나는 기슭에 배를 두고

뭍에 올랐으리라

내 배는

바닷길 만경창파에

흘려 보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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