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60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8/20 20:29:1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DrXri






1.jpg

정윤천지구는 추운 별이어서

 

 

 

지구는 추운 별이어서

고래는 제 아기들을 먼 데서 낳아 돌아오고

 

멀리 있는 당신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지구는 추운 별이어서

가끔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멈춘 걸음을 끌고 가는스스로의 발등을 내려다보게 한다

 

지구는 추운 별이어서

돌아보면 그 자리에 아직도 네가 서 있는 걸 믿고 싶어지는







2.jpg

길상호돌탑을 받치는 것

 

 

 

반야사 앞 냇가에 돌탑을 세운다

세상 반듯하기만 한 돌은 없어서

쌓이면서 탑은 자꾸만 중심을 잃는다

모난 부분은 움푹한 부분에 맞추고

큰 것과 작은 것 순서를 맞추면서

쓰러지지 않게 틀을 잡아보아도

돌과 돌 사이 어쩔 수 없는 틈이

순간순간 탑신의 불안을 흔든다

이제 인연 하나 더 쌓는 일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벌어진 틈마다

잔 돌 괴는 일이 중요함을 안다

중심은 사소한 마음들이 받칠 때

흔들리지 않는 탑으로 서는 것

버리고만 내 몸도 살짝

저 빈틈에 기워 넣고 보면

단단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층층이 쌓인 돌탑에 멀리

풍경소리가 날아와서 앉는다







3.jpg

구재기세수를 하며

 

 

 

우리는 사는 날까지

거품을 일궈

얼굴을 닦아내야 한다

 

그리고 아침을 떠나서

내일도 똑같이 닦아내야 할

두꺼운 얼굴을 준비해야 한다







4.jpg

이정숙

 

 

 

그도 끓어오를때가 있었다는 것 분명한데

어느새 담담히 맑아져 내려다보고 있다

아스팔트 위 물웅덩이에도

울분 토하는 사내의 술잔에도

고단한 농부의 가슴에도 떠올라

시름을 씻어주는

그의 가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온갖 번뇌 끓어올라

물길조차 발길 돌린

첩첩의 고행길이었음 완연한데

나는

어느 만큼 가야

산은 산으로 그대로 빛나고

물은 물로써 유유히 흐를 수 있을까







5.jpg

박형준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다

 

 

 

햇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다

반쯤 열려 있는 절방

여자는 머리를 깎을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무릎에 경전을 단정히 펴놓고 있다

들끓는 침묵을 안에 가두고 있다

남해 금산 푸른 물빛

고개 숙인 얼굴에 어른거린다

연꽃무늬 새겨진 문살에 앉아 있는

잠자리 한 마리

여자는 경전을 무릎 위에서 내려놓는다

절 마당에 켜지는 석등(石燈)

반쯤 열려 있는 절방 문에 황혼이 번진다

암자 밑 천 길 낭떠러지

잘 말린 날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날아가는 잠자리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