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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 바람꽃
단 하나 부족하여
너를 더듬게 하던 것이
너를 등지게 하던 것이
너를
정윤천, 불편한 손
한쪽 손이 불편해졌다
네가 온 뒤로
그러쥐면 상할 것도 같아서
펴주면 날아가버릴 것도 같아서
손바닥을 사알짝 오므려보는데
새장처럼 동그마니 옹동그려보는데
나, 이제 남은 날일랑
구부린 손바닥 하나
새장처럼 말아쥐고 살아야 한다
불편한 손 하나로 견뎌야 한다
서수찬, 앉은뱅이 밥상 하나가
앉은뱅이 밥상 네 다리 중
흔들리는 다리 하나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
안 보이는 쪽으로 돌려놓아도
거기 화살처럼 꽂히는 눈들
밥 얻어먹는 내내 내 마음도
테이프를 붙이게 되는데
밥을 다 먹고 난 뒤 밥상이
테이프를 붙인 다리마저 접고
냉장고 뒤에 난 좁은 틈으로 들어갈 때쯤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린다
뼈다귀만 남은 몸으로 우편물 가방을 메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이십 년 동안
대림동 구석구석들 돌던 아버지
어깨와 다리에 다닥다닥 붙인
파스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커다란 음식점을 놔두고
냉장고 뒤 같은 허름한 골목 분식집으로
밥상이 되어 들어가시는
아버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신경림, 새벽 안개
사랑을 배우고
미움을 익혔다
이웃을 만나고 동무를 사귀고
그리고 더 많은 원수와 마주쳤다
헛된 만남 거짓 웃음에 길들여지고
헤어짐에 때로
새 힘이 솟기도 했으나
사랑을 가지고 불을 만드는 대신
미움을 가지고 칼을 세우는 법을
먼저 배웠다
법석대는 장거리에서
저무는 강가에서
이제 새롭게 외로움을 알고
그 외로움으로
노래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그 노래로 칼을 세우는 법을 배우고
그 칼을 가지고
바람을 재우는 법을 배운다
새벽 안개 속에서
다시 강가에서
정재숙, 엄마는
엄마 하고 부르면
마른 꼭지도 안 떨어진 애호박 두어 개 조롱조롱 달고 있는
호박 덩굴조차 기다란 팔 뻗쳐 오냐 그래그래 하며
토닥토닥 등 두드려 안아 줄 것 같은 해거름 나절
내 눈물처럼 울어 주던 하늘도 붉어진 눈을 막 감아 버린
어둠
핏빛 놀이었어
엄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