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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바퀴벌레를 위한 장례식
게시물ID : readers_14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설정덕후
추천 : 0
조회수 : 23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8/11 22: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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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냄새나는 책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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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바퀴가 죽었다.

그것은 컸다. 
대충 내 중지손가락 반마디 만했다.

내 스물한살 평생 그만한 것은 보지도 못했다.
그것은 심지어 날아다니기도 했다.
타다다다다닥, 하는 발걸음 소리와 프로펠러 소리같았던 날갯짓 소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공포심이 솟아오른다.

그것을 잡기위해서 집안에 있는 모든 해충약이 동원되었다.
대충 에X킬X 한통정도 뿌린 것같다.
뿌린 자국이 작은 연못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죽지 않았다.

날개가 젖어서 날지는 못하지만 그 해충약의 웅덩이를 수영해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와 내동생과 엄마는 그것을 휴지로 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감히 그것에 어떻게 손을 댄단 말인가.

저것은 기어다니는 재앙 같은 존재다 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고
반쯤 침실을 포기하고 거실에서 자야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 모든 소란과 고함과 해충약 속에서도 주무시던 우리 아빠가 일어나셨다.

아빠는 한밤중에 소란을 부리는 우리들을 옆눈으로 힐끔거리시더니

퍽, 하고 그것을 맨손으로 내리찍어 죽어버렸다.
그토록 죽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은 손바닥 한방에 납작 쥐포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벽에 문신처럼 눌러붙어 버렸다.


나는 그것의 장례식을 간략하게 치루어주었다.

다시는 바퀴따위로 태어나지 말고 태어나더라도 우리집에는 오지말거라.


며칠뒤, 우리는 세X코를 불러 집안을 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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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잊지 않을 겁니다.



이 이야기의 대부분은 픽션입니다. 바퀴를 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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