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 나오는데, 오랜만에 참 맑더군요. 헌재의 선고일 뉴스를 읽고 나온 터라, 마음도 꽤 맑았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아직 구름이 많이 끼어 있더군요. 마치 끝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말해주는 것처럼. 여러가지 뉴스들이 갑자기 터져나왔는데, 그중에 관심이 가는 것은 TV조선의 심사 탈락 뉴스였습니다. 저는 그것이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만들어 낸 일종의 교두보, 그리고 친정부 이데올로기의 무한 반복 생산, 무엇보다 기울어진 언론의 경사를 더욱 기울게 만들어진 장본인.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문과 방송은 원래 한 회사가 함께 경영하지 않도록 해 왔습니다. 그것은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진 손쉬운 수용성에 기대어 신문이 자기가 본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편향성을 실어 내 보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종이신문은 점점 자기들의 영역이 좁아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것이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신문으로서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는 모험을 하더라도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이익 창출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영향력과 자본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던 보수 신문들과, 언론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려 했던 정부의 니즈는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 속에서 출발한 종편은 그것 자체로서 대자본이었던 언론 권력에게 주어진 특혜임과 동시에, 자본력이 떨어지는 진보 언론엔 탄압으로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눈을 보수적 이데올로기에만 노출시킴으로서, 특히 노년층이 가지고 있던 보수적인 성향을 더욱 강하게 굳힌 것은 종편의 주된 역할이었습니다. 그러나 종편들은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수를 다 써야 했습니다. 저렴한 자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니 저질 막말이 동원된, 시사의 탈을 쓴 막장 쇼들이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결국 그들의 발밑을 파 버렸습니다. 이번 재심사에서 탈락의 쓴맛을 본 TV조선의 경우 지난 몇년간 쌓인 벌점이 엄청났었다고 합니다. 하긴, 이미 법적으로 심판이 다 난 광주민주화항쟁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말해 큰 물의를 빚거나, 무조건 특정 정치인들에 대한 공격을 가해 온 그들의 지금까지 행태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지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번 탄핵 사태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 역시 종편이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나름 정부와 맞서 각을 세우며 최순실 사태에 있었던 세세한 디테일들을 JTBC와 경쟁하며 내 놓았었습니다. 시청률과 재승인 등의 문제들은 이들로 하여금 탄핵 정국을 지금까지 몰아오는데 큰 역할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아무튼, TV조선이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아마 조건부 재승인 정도가 기다리고 있을 테지요. 조선일보로서는 엄청난 자본이 투하된 이 방송을 없애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이건 방송, 즉 전파라는 것이 공공성을 가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 앞으로 정권교체가 된다면, 언론에서 심의라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고, 이들에게 주어진 특혜는 거의 사라질 거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사필귀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지금까지 이 방송의 최대 방송출연자는 김정일 아니면 김정은이었을테니. 이게 뭐 조선중앙TV 서울지국도 아니고.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