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한국에 있는 친구들로부터 전화가 와서 "왜 날짜가 잡히지 않지?"라고 제게 물어올 정도였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감이 별로 안 좋아서 전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답해줬습니다. "걱정마라. 순리라는 게 있고, 혹시 모르지. 그들 중 한 사람이 기각 결정 내리니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 것일수도 있고." 또 다른 친구는 메시지를 통해 "결정이 늦어지면 저들에게 유리할 뿐인데,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거지?"라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걱정 마. 걱정 마. 다 순리대로 돌아간다고. 저는 다독다독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잠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버릇처럼 컴퓨터를 켰을 때, 저는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됐네. 보수언론들의 논조에서 그들의 초조함을 읽습니다. SNS의 타임라인에서 환호성을 음성지원받는 느낌으로 뉴스 이후의 상황을 읽어내려갑니다. 이해할 수 없는, 정말 4차원의 논거를 펼치며 변론보다는 선동에만 열을 올렸던 변호사들이 탄핵심판의 정당성에 대해 부정하는 발언들을 '군중들 앞에서' 운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게 됩니다. 당신들도, 심판 대상이 될 거야. 심판의 날은 우리 앞에 왔습니다. 문제는 이 다음입니다. 바로 대선,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정희 망령의 사술을 깨고 그 잔재를 잘 청소해야 합니다. 아마 박정희도 몰랐을 겁니다. 자기 딸이 자기가 만들어 놓은 왜곡된 신화를 역사에서 청소할 주역이 될 거라는 사실을. 그러나 그 일은 일어났습니다. 국민들이 겨울 내내 촛불을 들어 만들어 놓은 기적입니다. 누가 되었든, 새로운 권력은 그 힘에 기대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기대를 제대로 못 받아낸다면, 역시 누가 됐든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행여라도 누군가가 지금부터 박근혜의 사면을 말한다면, 그건 스스로가 심판받아야 할 대상임을 미리 선언하는 겁니다.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된 단죄를 못 한 것이 지금까지 적폐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 왔었습니다. 물론 한가지 걱정되는 건 있습니다. 저 세입자가 방은 제때 뺄지, 안 나오겠다고 떼쓰는 건 아닌지. 그럴 때는 행정대집행이 약이겠지요. 여기 시간으로는 내일 오후 8시가 심판의 시간이 되겠군요. 지켜보겠습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