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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 소설 - 위대한 업적
게시물ID : panic_85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x
추천 : 12
조회수 : 154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1/30 21: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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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년 영국, 동부의 한 시골 마을


" 이보쇼 !! 문 좀 열어봐 !! "


쿵 쿵 쿵 쿵


아침부터 다짜고짜 문을 두드려대는 어느 미친 노인네의 목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 찢어지듯이 아프다


아니면 지난 밤, 새벽 네시까지 술집에서 잘 맞지도 않는 술을 퍼마신 것 때문일지도


" 망할 년... 그 술이 얼마 짜린데.. 그냥 쳐마시기만 하고 도망을 가? .. 아까워 죽겠네... "


외로이 혼자 일어난 침대를 보니 격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상식적으로 남자가 비싼 술을 사서 입에 넣어줬으면 


자기도 당연히 내 입에 뭐라도 넣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


런던에 있을 떄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역시 시골은 한참 멀었다



" 아직 자는거야 ? 문 좀 열어봐 !! "


" 알았어요 간다구요 ! "


깊은 빡침을 혓바닥 뒤에 숨긴 채 문을 열었다


반쯤 벗겨진 대머리에 포기한 듯이 자라난 무성한 수염.


마을 대표 헨리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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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귀찮에 해서 미안해. 근데 부탁이 있어. 꼭 좀 도와줘. 이번에 마지막이야 "


" 또 무슨 일인데 그래요 ? "


" 사람이 또 죽었어. 이번에도 젊은 여자야. 정육점 집 막내딸. 오늘 아침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어 "


" 에이미 ? 죽었다구요 ? "


" 그래. 마을 의사 말로는 머리에 뭘 맞아서 죽은 거 같대. 그게 뭔지는 범인이 가지고 도망간 것 같지만 "


" 그렇지만 지난 주에도 꽃집 하는 페니 역시 죽은 채로 발견되었잖아요 ? 그거 때문에 경비대에서 지금 수사 중인걸로 아는데 "


" 경비대야 항상 쓸모가 없잖아. 시골 마을에 뭐가 있겠어? 그냥 모양새 맞추려고 뽑아놓은 무지랭이 들이지. 자네는 런던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아는 것도 많잖아. 잠시 쉬려고 여기 온 건 아는데 이번 일 좀 해결해줘. 주민들이 항의해 대는데 도통 참을 수가 없어.. 그리고...... "


" 그리고 또 뭐요 ? "


" 지난 번 죽은 페니도 그렇고... 이번에 에이미도 그렇고.... 두 명 모두 마지막에 술집에서 자네랑 같이 술을 마신 걸 봤다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자네를 의심하는 건 아닌데... 경비대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구. 나야 자네를 믿으니까 이렇게 아침부터 찾아온 거긴 한데 말야 "


" 네... 고맙습니다.... 이건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볼게요 "


" 그래 고마워, 내가 꼭 사례할게 "


" 예.. 조심히 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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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고 돌아서며 지난 밤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생각 할 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어제 밤, 에이미는 나와 술을 마시다 급한 일이 있다며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데 죽었다니 ?


망자에 대한 의구심도 잠시,


그 커다란 가슴과 탄력있는 살결을 끝내 가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제 산 그 술값이면 고급 구두 한켤례를 살 수 있었을 텐데...


끝내 미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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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간단히 먹고 에이미를 만나러 갔다


그녀는 종탑 아래 쓰러져 있었는데


한쪽 이마에서부터 얼굴이 일그러져 무너져 내렸고


머리카락과 옷자락. 땅바닥에 묻은 피로 보아 아마도 머리에 무언가를 단단히 얻어맞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저항한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아마도 범인이 뒤에서 몰래 무언가로 내려 쳤든지, 아니면 저 종탑 위에서 뭘 떨어뜨렸든지 했을 것이다


불쌍하군..


근처 주민들에게 간단히 몇가지 질문을 하며 돌아다녔지만 늘 그렇듯이 큰 수확은 없다


이런 시골 마을에서 범죄 수사 따위가 될 리가 없지...


이거 정말 잘못하다가는 내가 범인으로 몰릴 기세다


아니면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술김에....




기분 나쁜 생각은 그만 두기로 했다


역시 머리가 아플 때는 입에서 침이 흐르도록 취하는 게 제일이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몇장의 지폐와 동전이 만져진다


돈은 항상 기분을 좋게 하는 마력이 있다


언젠가는 꼭 욕조에 돈을 채워서 그 안에서 목욕을 하리라.....


이 돈을 모으려고 런던에서 개고생을 한 것이 생각났다


빨리 취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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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담배 연기


사람들의 시끄러운 고함 속에 찬찬히 흔들리는 촛불 뒤로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보인다


항상 그랬지만 난 여자의 손을 보면 끓어오르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다


갈대와도 같은 저 손가락이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가는 느낌이 너무나도 그립다


오늘은 꼭, 반드시 저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고 말테다


이름이 뭐랬더라... 


그게 뭐 중요하겠는가. 어짜피 내일 아침이면 안 볼 사이인데


" 한 잔 더 하시겠어요 ? "


" 아하하. 이제 더는 안되요. 이미 집에 가야하는 시간이 세시간이나 지났다구요 "


" 에이 그러지 말고. 이 술 런던에서도 없어서 못 마시는건데... 아깝잖아요. 조금만 더 마시다 가요 내가 바래다 줄게 "


" 아니 근데 진짜로. 저 이제 가봐야되요. 한번만 더 늦으면 아빠가 옷을 다 찢어버릴 거라고 했단 말이에요 "


" 잠깐만.. 아니 앉아봐요 좀 "


그녀는 끝내 내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분명 내가 아니고 다른 남자였으면 집에 간다고 했을까 ?


평소에는 천박하게 구는 것들이 꼭 술만 마시면 요조숙녀가 된다


분노가 섞인 한숨을 쉬며 남은 술잔을 입에 털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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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열어보십시오. 아니면 부수고 들어갈 겁니다 "


쿵 쿵 쿵 쿵


어제와 똑같은 아침이다


지독한 숙취. 방 문을 두드려 대는 정체 모를 목소리. 텅 빈 침대.


하지만 저 목소리는 마을 대표 헨리 아저씨가 아니다


마음 한켠이 덜컥 내려앉는다


" 무슨 일인지 대충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제 밤 리타 애거튼과 술을 마신 것이 당신 맞습니까 ? "


그 망할 년이다.


설마..


" 예...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 "


" 오늘 아침, 시청 뒷골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원인은 아마 말 안해도 아실 테지요 "


" 머리... 타박상인가요 "


" 그렇습니다. 잠시 같이 좀 가시죠 "


이럴 수는 없다.


아무리 그 여자가 밉고 죽이고 싶었어도


어디까지나 생각뿐이었다. 


어제 내 방에 돌아와 침대에 기어 들어간 것 까지 똑똑히 기억난다


난 절대 아니다


억울했다


" 제가 일이 좀 있습니다. 오늘은 힘들 것 같은데요 "


" 이해를 못 하시는군요. 지금 선생님이 가장 유력한 살인 용의자 입니다. 런던에서 많은 공부 하시고 오신 걸로 아는데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알 거라고 봅니다만 "


[런던에서] 라고 말 할때 경비 대원의 말 끝에서 얕은 비웃음이 느껴졌다


도시에서 밀려나 시골로 후퇴해 온 , 그냥 한량처럼 보일테지.


하지만 난 아니다.


그에게 나의 결백함과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 데리고 가고 싶거든 증거를 가지고 오라고 무작정 갈 생각은 없다고.


런던에서 주워들은 여러가지 법률 용어를 앞세워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경비대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섰다


" 알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오죠 "


쾅 하며 문이 부서질 듯이 닫혔다


색 바랜 낡은 문고리를 노려본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 일이 날 것 같다


시간이 없다. 


어서 빨리 범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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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저 밖에 어떤 미친 살인마가 있길래


여자들만, 그것도 내가 만난 여자들만 죽이는 것일까 ?


내가 정말 범인이기라도 한 건가


아니 애초에 왜 죽이는 거지 ?


죽이는게 좋아서라면 칼로 찌르던지 독을 먹이던지 목을 조르던지 하면 될 것을


굳이 머리를 내리쳐서 죽이는 것은 뭐란 말인가


그러고보니 왜 내가 만나고 난 직후에 죽이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하다


마치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나에게 살인 죄를 덮어 씌우려는 것만 같다



잠깐만... 고의적 ?




오싹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어쩌면 내 예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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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차례의 사건이 있는 때문인지 오늘의 술집은 한가하다


시끄럽게 내지르는 고함도


10분 간격으로 깨지는 술잔의 소리도


작작 좀 쳐마시라는 술집 주인의 즐거운 욕설도 오늘은 없다


하지만 상관 없다


어짜피 난 다른 목적이 있으니까


저기 멀리 한 여자가 보인다


짙은 눈썹과 도드라진 광대뼈


이름도, 직업도 모르는 여자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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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요 "


" 재밌었어요. 정말 나와 같이 안 가겠어요 ? "


" 괜찮아요.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


신기하게도 여자를 붙잡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자 여자가 오히려 매달린다


알 수 없는 생물들이다


진작에 이렇게 할 껄. 



밝은 달빛에 생기는 건물의 그림자로 몸을 숨기며 여자의 뒤를 쫒았다


고요한 밤, 거리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여자는 짐짓 두려운지 몸을 추스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새벽 거리에 여자 혼자라니..


" 범죄가 일어나기에 최적의 장소겠지..... "


작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제 슬슬 떄가 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여자가 걸어가는 거리 옆 건물 옥상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손에는 마치 큰 쇳덩이로 보이는 물건을 들고 있다


찾았다. 너 이녀석


" 당장 멈추지 못해 ! "


범인을 찾았다는 기쁨과 더 이상 경비소의 감옥에서 썩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예상보다 목소리가 크게 내질러 졌다


여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더니 내 시선을 따라 건물 옥상으로 눈을 옮긴다


이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여자를 뒤로 한 채 나는 건물 옥상으로 내달렸다


놓치지 않으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리를 움직였다


옥상 문을 여는 것도 잠시


그곳에는 한 남자가 도망가지도 않은 채 날 기다리고 있었다


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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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왜 그런거지 ? 왜 여자들을 죽인거야 ? 그것도 내가 만나는 여자들을 "


"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굳이 그걸 내가 말을 할 생각은 없고 "


" 널 잡아다가 경비대에 넘길 거야. 어디 평생 감옥에서 썩은 쥐고기나 먹다가 죽으봐 "


"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아니라고 봐 "


" 지금 나랑 장난해? 넌 나를 범인으로 몰려고 했어. 그 누구보다 널 잡아 넣고 싶은 사람이 나야 "


" 질문 하나만 하지. 날 잡아서 당신이 얻는 것이 뭐지 ? "


" 나의 결백을 얻겠지 "


"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어. 당신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싶어. 이건 아마 아주 좋은 기회가 될거야. 평생 동안, 아니 죽은 후에도 영원히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게 될 거야 "


" 헛소리 집어쳐 "


" 나는 이곳 초급 학교의 선생이야. 하지만 취미로 물리학을 연구하고 있지.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거지같은 차림새에 시골 학교 선생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물리학에 대해서는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런던의 대학 교수와도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해 "


" 그래서? "


" 최근 내가 생각해 낸 이론이 있어. 그리고 내 주머니에는 그 이론에 대한 자세한 증명 과정까지도 적힌 종이가 있지. 이걸 당신한테 줄게. 이 종이 한 장이면 당신은 유명세를 얻게 될거야"


" 미친 것 아니야 ? 그걸 왜 나한테 주지 ? 그리고 당신이 직접 하면 되는 것 아닌가? "


" 난 유명세에는 관심이 없어. 그냥 작은 시골 마을에서 혼자만의 연구를 하며 사는 것이 좋아. 그리고.. 유명해 지면 지금처럼 몰래 사람들을 죽이기는 더 어렵겠지 아마. 상당히 큰 쾌감이야. 살인이라는 건. 여자와의 잠자리 보다 더 하지 "


" 그래서. 당신의 취미 생활을 지키기 위해서 날 매수하겠다 ? "


" 그래. 나같은 시골 촌뜨기의 말을 누가 믿어주겠어? 하지만 당신은 다르겠지. 런던에서 꽤나 유명한 곳에서 공부했다고 하던데... 뭐 실적은 없는 것 같지만 .... 이걸 가지고 돌아가서 유명해 지라고. "


" 경비대에서는 날 의심하고 있어. 내가 잡혀가는 것은 시간 문제야. "


" 내가 미리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마을 외곽에 사는 한 정신병자인데, 아마 이번 일에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


" 미쳤군"


" 그래 맞아. 난 미친 사람이지. 당신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


" 그런 정신 나간 제안을 누가 받아들이겠나 ? "


" 당신 아마 이제 돈이 거의 다 떨어지지 않았나? 런던이 아무리 봉급을 후하게 준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매일 비싼 술을 마실 만큼은 아닐텐데 "


킬킬거리는 남자의 웃음 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들어왔다


머리가 복잡하다


내 앞에 서 있는 저 정신병자의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저 인간의 주머니에 쓰레기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에 하나 그 말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정신병자에게 덮어 씌운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모든 것이 잘못되어 내가 잡혀간다면...


나는 다시는 내 침대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지도


술집에서 여자들을 희롱하며 살 수도 없겠지...




머리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달빛을 바라보았다


내 앞에 서있는 저 남자는 미동도 없이 가만히 날 바라본다


입가에는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미소가 서려있다


손이 시려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동전 몇개만이 남아있다


문득 에이미에게 사주었던 술 값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해 보기로 했다


" 그건 그렇고.. 왜 사람들을 죽일 때 물건을 던져서 머리를 맞추는 거지? 이유가 있나 ? "


" 보면 알아 "


남자는 재수없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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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캐한 담배 연기가 등불을 휘감으며 올라간다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


역시 술과 향략을 즐기기에는 런던이 좋다


시골 마을에 작은 가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남자들은 쉴 새 없이 침을 튀기며 떠들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위 아래로 훑으며 있을 리가 없는 로맨틱하고 자상한 인연을 찾는다


고개를 돌려 바텐더를 불러 술을 주문했다


외국에서 넘어온 비싼 술이라는 주인장의 경고를 흘러 넘기며 돈을 건냈다


돈을 건내기가 무섭게 낚아 채간다


서민들이란....


내 앞에 앉아있는 이름 모를 여자의 눈이 휘둥그레 커진다


" 정말 이런걸 사주는 거에요? 당신 정말 돈이 많은가봐요 "


" 당신 아름다움에 비할까 "


간드러지게 날아오는 여자의 웃음소리


입을 가리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밤 저 손가락으로 내 허벅지를 잡고 쾌락의 비명을 지르겠지


" 그나저나 정말 놀랐어요. 당신이 신문에 나온 그 사람이라니. 요즘 어딜가나 당신 책 얘기 뿐이에요 "


" 그런가? 난 잘 모르겠던데 "


" 정말이라니까요. 듣자하니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도 난리가 났대요. 세기의 발견이라고 하면서 "


" 그냥.. 운이 좋았지 뭐 "


" 겸손하기도 하시네요... 말이 나온 김에 부탁 하나만. 저 그 책 하나만 주세요. 친구들에게 자랑하게 "


" 뭘 자랑할 것 까지야. 잠시만 "


가방에 손을 넣어서 책 한권을 꺼냈다


날 알아보는 사람들 마다 어찌나 부탁을 하던지


이제는 가방 안에 몇권씩 싸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책 표지의 익숙한 질감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온다


여자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 내용이 좀 어렵긴 해. 그래서 제목을 최대한 간단하게 지으려고 했어 "


" 그렇네요.. 무슨 내용인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요. 대단하네요 당신... "


" 알고보면 별거 아니야. 그냥 유식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쓴 것 뿐이야 "


" 겸손하기는.. 당신 정말 매력있네요. "


" 내 방에 가면 다른 연구 논문들도 있어. 원하면 보여줄게 "


"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닌가요? 이 시간에 단 둘이 있자구요? "


" 싫으면 말고 "


" 나쁘네요 당신. 여자가 거절할 떄는 한 번 더 물어봐 주는거에요 "


" 그런가? 내가 그런건 잘 몰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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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몰아쉬며 여자가 쓰러진다


아까의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넘기며 


보다 더 간드러진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인다


" 당신 정말 대단했어요. 아깐 숨도 못 쉴 정도였다니깐 "


" 평소에 운동을 좀 하고 있거든. 당신도 해봐 "


" 지식에 체력까지... 완벽한 남자네요 "


" 그런 소리 많이 들어서 이젠 지겨워 "


여자는 짐짓 토라진 듯 주먹으로 내 허벅지를 툭 친다


다음번에는 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해주겠어


땀을 흘렸더니 목이 마르다


" 물 한잔 마시고 올게. 잠시만 "


" 내것도 부탁해요 "


" 알겠어 "


이불을 걷고 일어섰다


" 아 잠시만. 나 하나만 물어볼게요 "


" 뭔데? "


" 멍청하다고 하기 없기에요? "


" 알겠어 "


" 이 책... 제목 말이에요. 대체 뭐라고 쓴 거에요? 난 필기체는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 "


" 아,,, 그거? 그게 말이지 "


책을 들어 표지를 바라보았다


정말 간결하게 잘 지은 이름인 것 같다


역시 내 안에는 어딘가 모를 천재성이 잠들어 있는 것일지도...


수없이 많이 되새긴 이 이름


앞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내 위대한 업적


짐짓 낮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제목을 읽었다







" 프린키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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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쓰는건 정말 어렵네요....


오유에 뛰어난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추운 겨울 좋은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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