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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늘 하루만큼 세월은 흘렀습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9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31 13:35:36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lunCj





1.jpg

김경란그림자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언어에도 그림자가 있을까

그림자를 가진 시가 있을까

소리와 향과 감촉과 무게가 있다면

분명 그림자가 있을 게다

햇살과 바람에 자라는 나무들

추억처럼 잿빛의 분신을 드리운

언어의 그림자가 나의 몸을 감싼다

 

그림자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땅으로부터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자유롭게 한다

바람의 흔적과 움직임을 살아 있게 한다

두터운 커튼도 그림자를 가리지 못한다

부풀어 오른 나뭇잎들이

굳게 닫힌 창문을 열지 않고도 들어와

잠든 공간을 흔들며 깨어 있게 한다

시의 그림자가

내 생의 한순간을

흔들어

깨어 있게 한다







2.jpg

황동규어스름

 

 

 

휘돌아가던 저 강물 채 돌기 전

걸음 멈추고 되돌아보지 않듯

하늘에 막 떠오른 기러기 떼

어정대던 곳 되돌아보지 않고 그냥 날아가듯

어스름

 

강가엔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

흔들리기도 않기도 하는 배 한 척

한참 있다가 봐도 그냥 묶여 있다

그 옆에 가슴 한쪽이 무너진 갈대밭도

어스름

 

가는 것은 그냥 가고

있는 것은 그냥 있다

이 가고있는시간 틈새에

한 가닥 유리딱새 소리

모짜르트 유리(琉璃하모니카 몇 소절

되담을 수 없는 빛 한 잔()







3.jpg

박명보버려진 우산의 효용성

 

 

 

받아치는 일에만 골몰했었다

바깥을 들이는 일은

조금씩 무너져가는 일이라 믿었으므로

 

희박한 공기 속에서만

내 사원의 기둥들은 뼈대처럼 빛났다

침묵 속에서 견고해지는 은빛 창살들

 

꽃의 기원은 중생대 백악기라는데

나무도 잎도 아닌

그 작은 꽃잎이 머금은 수분으로

푸른 초원이숲이 무성해졌다는데

 

오랜 가뭄 끝가을비 내린다

촘촘한 방충망 너머 화단이꽃들이

젖고 있다

몸을 열고 있다

그 옆 아스팔트 위

제 속을 뒤집어 꽃의 자세로 누워있는 보라색 우산 하나

 

저도 이제 꽃인 양

떨어진 도라지꽃을 흉내내보는 것인지

부서진 제 흉강 속으로

그렁그렁

빗물 들이고 있다







4.jpg

홍영철그 나무

 

 

 

반성도 없이 하루가 갔습니다

세상도 뒤바뀐 것이 없습니다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것들이 쓰러져갔습니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이랬거나 저랬거나

그래도 아무튼

오늘 하루만큼 세월은 흘렀습니다

어둠이 잠들어 있는

과천 현대미술관 앞마당에 가면

나무들이 잔디밭 군데군데 박혀 있습니다

나무들은 참 좋겠습니다

찾아 떠돌지 않아도 되니까요







5.jpg

임연태일주문

 

 

 

기둥만 서 있는 문

 

없음이 곧 경계라서

안과 밖이 따로 보이지 않는 문

 

수없이 많은 문을 열고 닫으며 살지만

내게 있어도 오히려

내가 열지 못하는 문

 

내 마음 속 일주문 밖에서

나는 오늘도 하염없는

떠돌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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