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먹어...."
"편식하면 안 돼! 빨리 먹어."
"못...먹어.... 안먹을거야.."
어눌한 표현으로 내가 준 음식을 한 젓가락도 대지 않는 딸아이.
딸아이는 한국에서 자라지 않았다.
남편은 딸을 데리고 사업 때문에 미국에 가있었다.
나도 남편을 따라서 미국에 정착하고 싶었지만, 결혼 전 벌인 사업이 너무 커져 국내에 머물러있을 수 밖에 없었다.
혼인 당시만 해도 남편은 작은 회사에서 근무했을 뿐이었지만, 말 그대로 대박이 터져 사업이 전 세계로 확장이 되어버렸다.
부부가 둘 다 기업의 큰 손이 되어버린 것이다.
부가 쌓이니 욕심이 하나 생겼다.
'딸 아이는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교육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막 이유식을 뗀 딸아이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살게 되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갑자기 들려온 교통사고 소식.
딸아이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지만, 남편은 그대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래서 다시 딸아이가 우리나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근을 전혀 먹질 않는다.
편식은 이른 나이에 바로잡아야한다.
내가 요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 하면서 아이들이 싫어할만한 채소로 요리를 해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잘 먹었었다.
형태가 보여서 그런걸까?
그렇다면 형태가 보이지 않게, 당근을 갈아서 고기와 섞어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 요리해서 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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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그 아이 소식 들었어요?"
"아, 애아빠랑 미국갔다가 돌아온 애요? 애아빠도 참 불쌍하지...."
"아니, 애아빠 말고요."
"어? 또 뭐 있어?"
"어... 저기 언니한테만 말하는건데요, 애가 죽었나봐요."
"저런... 또 왜?"
"글쎄, 애가 당근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애엄마가 그걸 모르고 계속 먹이려고 했나봐요."
"아이구 저런... 애엄마도 참 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네 그래. 남편 잡아먹었구만 잡아먹었어."
"애가 계속 못먹는다고 했는데도, 왜 자꾸 먹이려고 한걸까요?"
"혹시 그거 아냐 그거? 10억을 받았습니다. 애엄마가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애가 못먹는 음식이 있는걸 모를리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