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서승욱]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지난달 영화배우 배용준씨와 만나 “사실 가끔씩 몰래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고 고백했었다. 그런 김 여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을 남몰래 찾았다. 모야모야병 수술을 앞둔 여고생 A모(16)양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모야모야병은 뇌동맥의 시작 부분이 협착되는 희귀병이다.
김 여사는 10~12월 중 이 학생의 입원·수술비로 500만원을 보탰다. 김 여사가 이 병원의 어린 환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때다. 이 대통령과 함께 이 병원 소화암센터를 방문했던 김 여사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8년 12월부터 매달 100만원씩을 후원했다. 취임 직후 “공직에 있는 동안엔 계속 월급을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겠다”고 말한 이 대통령은 매달 1400만원가량이 입금되는 월급계좌를 김 여사에게 맡겼고, 이 계좌에서 후원금이 빠져나갔다.
이날 병원을 찾은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월급을 모두 내놓겠다니 처음엔 좀 섭섭했다. 하지만 일단 후원을 시작해보니 너무나 즐겁다. 여기저기 후원금을 내다보니 결국 마이너스 통장이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에게 맡긴 이 대통령의 월급통장이 자주 펑크가 난다는 뜻이다. 김 여사의 말처럼 최근 자동이체되는 후원금이 잔액 부족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 여사는 여의도 성모병원 이외에도 서울대 어린이 병원, 영동 세브란스 병원 근육병재단, 고려대 구로병원, 국립암센터의 어린이 환자들에게도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다. 또 농아학교에 보청기를 지원하고, 결식아동에게도 매달 200만원을 내놓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외부 일정 잡지 말라”=김 여사는 참모들에게 “꼭 참석해야 할 일정이 아니라면 외부 일정을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에게 털모자를 선물하기 위해 요즘 뜨개질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는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잦다”는 사연을 들은 뒤 뜨개질에 몰두해왔다. 내년 2월까지 모두 30개의 털모자를 아프리카에 보내는 게 목표다.
김 여사는 최근엔 관악구의 한 어린이 공부방이 문을 닫게 됐다는 사연을 들었다. 이후 딸 부부를 비롯한 지인들과 함께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전세금 5000만원을 모금해 공부방을 도왔다. 본인이 손수 잡채를 만들어 공부방 어린이를 위한 생일파티도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