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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달을 따라 걷다
게시물ID : lovestory_85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26 10:42:23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RvK1a





1.jpg

김명철부리와 뿌리

 

 

 

바람이 가을을 끌어와 새가 날면

안으로 울리던 나무의 소리는 밖을 향한다

나무의 날개가 돋아날 자리에 푸른 밤이 온다

 

새의 입김과 나무의 입김이 서로 섞일 때

무거운 구름이 비를 뿌리고

푸른 밤의 눈빛으로 나무는 날개를 단다

 

새가 나무의 날개를 스칠 때

새의 뿌리가 내릴 자리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나무가 바람을 타고 싶듯이 새는 뿌리를 타고 싶다

 

밤을 새워 새는 나무의 날개에 뿌리를 내리며

하늘로 깊이 떨어진다







2.jpg

이선영

 

 

 

눈이여너는

땅에 닿지 말아라

너는 하늘에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유리창공기의 하얗게 벌어지는 열매여서

땅에 내린 너는 깨어진 조각이고 으깨어진 열매이다

눈송이여잠깐만 나를 가두어다오

땅 위에서 나의 종적(踪迹)을 찾을 수 없게

 

눈이여너는

땅에 살지 말아라

공중으로 잠깐씩 들어올려지고 싶은 육체들을 거두어 들이는

날아다니는 밀실(密室)이 되어라







3.jpg

김희업에스컬레이터의 기법

 

 

 

30도의 기울기란

마음이 먼저 쏟아지지 않는 경사

알 수 없는 자력이 몸을 곧추세운다

그냥 밟고만 있어도

높이가 커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굳이 거슬러 내려가지 않고

계단의 물결에 발을 맡길 것이다

거슬러 오르는 멋진 오류는 연어의 일

한 계단씩 베어 먹은 사람들의 높은 입

그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날마다 입을 벌린다

외마디 비명도 없이 공중에 떠 있는 현기증

어떤 뒷모습이라 할지라도 바라보면 쓸쓸하고

꼭 그만큼만 보여주는 생의 짧은 치마

넘치지 않는 저울질로 평등하게 내려놓고

빈 계단만 층층이 접히는 지평선

맞물린 관계 속에

서로 먹고 먹히는 다정한 세계

기울어진 생계를 떠안고

마음이 쓰러지지 않게

흙이 묻지 않는 보법으로 반복되는 생성 소멸

오늘밤

달은 발자국 남기지 않고 가던 길을 갈 것이다







4.jpg

김수복달을 따라 걷다

 

 

 

몸이 더욱 가라앉은 저녁

약을 먹고

양재천으로 나왔다

피가 통하지 않는 산의 발등을 넘어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예술공원을 한 바퀴 돌고

실핏줄 흐르는 천변을 걷는다

몸속의 핏줄도 저렇게

기쁘게 흘러갈 수 있다면

 

바람에 걸려 자꾸 넘어지는 저녁

달을 따라 걷다

내 몸의 피가 소리를 낼 때까지

달의 개울을 걸어간다







5.jpg

황영선미시령

 

 

 

마음 쓸쓸해지면

아득한 구름의 처소에

하늘마타리꽃 같은 집 한 채 짓고 살까

 

버리고 떠나는 것 어려우면

미시령 바람결에 한 닷새 몸을 맡기리

 

변덕스런 날씨처럼

사랑도 얼었다 녹았다 하는 사이

덕장의 황태처럼 꾸들꾸들 맛이 들겠지

 

미시령 바람에 마음을 풀어놓고서

서릿발 내린 들녘의 푸성귀처럼

언 입술 들썩이며

마음의 거처를 묻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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