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내가 살고 있었던 곳은 주거지역이지만 공장도 가까이에 많아서 유동인구가
무척 많았어. 역시 중국답게 사람도 미어터지는구먼. 당시 민간인은 해외로 나가는 게
힘들었던 탓에 처음 나온 중국에서 보는 인파에 질릴 만도 했지.
네발 달린 건 책상말고는 다 먹는다는데 먹는 것도 좋아하니 이런 천국이 또 있나.
매번 메뉴를 바꿔가면서 사 먹었는데 이것도 3달을 넘어가니까 가까운 곳에는 안 가본 가게가 없어.
바쁠 때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거 많잖아. 꼬치, 어묵, 빵, 국수, 덮밥. 중국이니까 식자재도 모양이 다르고
향신료도 다르지만, 동양권이라 그런가 한국에서 먹던 거랑 비슷한 메뉴도 많이 먹어. 그런데 만두도 빼놓을 수 없지.
촉촉한 만두피를 베어물면 만두소에서 육즙이 새어 나오는데 한국에선 그런 거 먹어본 적 있냐?
난 중국에서 먹어본 게 처음이었다. 신세계가 열렸다고 할까.
만두피도 적당히 두께가 있고 쫄깃한 게 탄력이 있어서 사람 피부 같다고.
촉촉하기도 하고 눈감고 만지면 아기 얼굴 같다고 할까. 니들 아냐. 만두가 원래 사람 머리 대신이었던 거. 몰랐다고?
아니, 어떻게 그것도 모를 수가 있냐. 무식이 아무튼 하늘을 찔러요. 책 좀 읽어라.
삼국지를 보면 제갈공명이 남만왕 맹획을 7번이나 놓아주면서 남만을 정벌하잖아.
망할놈이 맹획은 살려주면서 7번이나 쳐싸웠으니 그 때 죽은 남만사람이 얼마나 많겠냐.
그러니 제갈공명이 남만 정복을 끝내고 성도로 돌아가려는데 강이 요동쳐서 돌아갈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제갈공명이 신이 노했다고 여기고 달래기 위해서 달래야 하는데 사람 죽여서 신이 노했는데
또 사람 죽여서 사람 머리를 바칠 수 없으니까 밀가루로 피를 만들고 고기로 소를 해서 만두를 빚어서
이게 사람 머리다 이거나 먹고 강 건너게 해도 그러고 온 거 아니냐.
아무튼 만두의 기원은 그렇고. 만두속에 고기도 많이 들었는데 두부, 파 같은 부재료도 많이 들어있고 무엇보다
특이한 건 고기가 양념이 되어 있단 거지. 여기 만두는 대부분 하얗잖아. 색이래봐야 파가 들어가면 녹색 좀 띄고,
아니면 고추를 넣어서 빨갛게 만든다든가 그 정도잖아? 그 만두는 간장 같은 걸로 양념을 해서 색이 어두워.
간장처럼 새까맣지는 않고 찐 후에 먹으니까 그냥 좀 짙은 색이야. 그래서인지 감칠맛이 아주 죽이지.
또 양념에 숙성한 건지 절인건지 고기가 무척 부드러워.
뭐, 만두소는 갈아서 으깬 거니까 질기고 말고 할 것도 없지만 풍미란 게 있잖냐. 근데 돼지고기는 아니야.
돼지고기같이 흔한 재료를 내가 인식 못하겠냐. 그래서 사람도 많고 비결은 궁금하고 말이 많았지.
가게 주인한테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는데 너 같으면 그걸 얘기하겠냐. 가게가 얼마나 잘되는데 경쟁자 만들 필요 없잖아.
새끼양이다, 새끼염소다. 아니다 토끼다. 송아지다. 사슴이다 다양한 추측이 있었지.
심지어 새끼원숭이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재료 구하기도 힘들고 고급만두 가게도 아닌 일반 만두가게에 그런 고급
재료를 쓰겠냐. 매일 팔리는 만두가 얼마나 되는데 고기도 적당히 구하기 쉬운 걸 쓰겠지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지.
어쨌든 그 가게는 정말 잘되서 계속 잘될 줄 알았다. 내 입맛에도 딱 맞아서 개인적으로도 계속했으면 했고.
그래서 그런지 계속하더라. 그런데 파국은 진짜 갑작스레 오더라. 내가 중국에 도착했을 때도 잘되고 있었고
쭈욱 잘되다가 3년쯤 지나서였나. 어느날 만두가게에 갔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고 공안 있고 아주 개판인 거야.
평소에도 사람은 많았는데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었지. 그런데 사람들이 만두 사려고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만두가게를 구경하면서 크게 얘기하고 있었어. 뭐지 궁금해서 안쪽을 살피며 주위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까
만두에서 사람 손가락이 나왔다는 거야. 구라 같은 거야. 만두속에 들어가는 재료는 갈거나 으깨져서 형체가 유지될 수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거기에 사람 손가락이 들어가냐 이 사람들 생사람잡네. 만두가게 주인에게 동정심이 생길 즈음
말은 구체적이 되기 시작했어.
손가락에 반지가 있었다느니 손톱에 빨간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느니 손가락은 하나의 손가락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확대되었지.
말이야 어떻든 내게는 이 곳이 대륙임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헛소리들로밖에 들리지 않았고 배가 너무 고파서 꼬치를 사러 갔어.
다음날 다시 만두가게에 가봤는데 문은 여전히 닫혔고 어제보다는 줄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서 떠들고 있었어.
들어보니 가게주인은 공안에 잡혀갔다네. 그럼 여기도 망했구나 이렇게 내 인생 만두 집도 문을 닫는구나하고 허망함에 돌아섰어.
만두가게에 관해선 결국 전말이 알려졌어. 내막이 궁금하지 않냐.
우선 내가 만두를 사러 간 그 날 만두에서 손가락이 발견된 건 맞대. 반지를 끼거나 매니큐어를 칠한 건 아니고, 엄청 작은 손가락이었대.
가게에서 만두를 먹다가 손가락을 발견한 사람이 무척 기분이 나빠서 주인을 불렀대. 이물질이, 그것도 손가락이 나왔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 주인이 테이블로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이물질인 손가락을 가져가려는데 손님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거야.
주면 안될 것 같아, 이건 알려야 해라고 생각하고 또 재료도 궁금하고 해서 냅다 손가락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대.
주인이 좇아오니까 손님이 당황했는데 만두가게 줄 서 있는 사람 중에 공안이 있는거야.
곧장 공안에게 가서 만두에서 사람 손가락이 나왔다고 줬어.
그러니까 기다리던 사람들이 죄다 공안과 손님을 둘러싸서 벽이 생기는 바람에 주인이 손가락을 되찾지 못한거야.
주인은 도로 가게로 들어가버렸어. 주인이 들어가버리니까 손님들도 다시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공안이 아무리 봐도 사람 손가락이 맞는거야.
공안은 살해나 밀매된 인육으로 빚은 만두로 짐작하고 즉시 만두가게를 수색했대.
다 쓰려고 했는데 저의 필력은 형편없어서 이 이상 쓰게 놔두질 않는구요.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마지막은 다음에 다시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