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상 필요 없어요
꽤 오래 전에 어디서 읽은 이야기인데,
초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의 어린 사내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탈 것"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배, 비행기, 차 이런 그림을 그렸습니다.
대체적으로 어린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이라 하면
측면에서 본 단순한 앵글의 그림이 많은데,
그 사내 아이가 그린 그림은 파란 트럭을 비스듬한 아래에서 보는 각도로 그린, 좀 특이한 그림이었다고 합니다.
또, 이제 곧 초등학생이 되니 책상을 사주려고 가구점에 데려가
아무 책상이나 마음에 드는 걸로 한 번 골라보라고 했지만
"저는 책상 필요없어요"라고 조금 슬픈 표정으로 말하고선 고를 생각도 않길래
별 소릴 한다며 가족들도 이상히 여겼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왔고,
학교를 다니는 길을 익힐 겸해서 할아버지가 학교까지 가는 길을 둘이서 가끔 산책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때 란도셀(일본 초등학생들이 메는 가방)을 메게 했는데,
무엇 때문인지 등이 아닌 가슴 쪽으로 메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등으로 메라고 가르쳤지만, "저는 이러면 돼요"라고 말할 뿐 고칠 생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을 눈 앞에 둔 어느 날.
그 아이는 트럭(파란 색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에 치여서 죽었습니다.
관에 들어간 그 아이 가슴 위에는, 가족들이 란도셀을 올려두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