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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만큼의 거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52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06 13:46:04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bVz3M






1.jpg

권정우풍경

 

 

 

대웅전 뒷마당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에게

거미가 고운 수의를 한 벌 해 입혔다

허공에 새로 생긴 봉분 앞을 지날 때마다

바람이 경을 읽는다







2.jpg

권대웅분꽃

 

 

 

꽃 속에 방()을 들이고

살았으면

지붕이랑 창문에는 꽃등을 걸어놓고

멀리서도 환했으면

꽃이 피면

스무 살 적 엄마랑 아버지랑 사는

저 환한 달 속을 다 보았으면

그 속에서 놀았으면

밤새 놀다가

그만 깜박 졸다 깨어나면

그렇게 까만 눈동자

아기 하나 생겼으면







3.jpg

김경성이끼

 

 

 

그만큼의 거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디여도 몸 내려놓을 자리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

가장 가벼운 몸으로 골짜기 그 너머까지

썩은 나무의 등걸을 지나 동굴 속까지

너른 바위 안쪽까지

철퍽철퍽 미끄러지는 물 잔등이어도

마른 입술 툭툭 터지도록 긴 가뭄이어도

후드득 지나가는 빗방울 몇 개만 있어도

순식간에 그대 곁으로 달려간다달려간다

아주 짧은

단 한 번의 부딪침만으로도 너른 바위를 덮고

계곡을 덮고

고인돌까지 덮을만큼

지독하게 간절한

무엇이 있어







4.jpg

임동윤찰옥수수가 익는 저녁

 

 

 

감자꽃이 시들면서

정수리마다 자글자글 땡볕이 쏟아졌다

장독대가 봉숭아꽃으로 알록달록 손톱물이 들고

마른 꼬투리가 제 몸을 열어

탁 타닥 뒷마당을 흔들 때옥수수는

길게 늘어뜨린 턱수염을 하얗게 말리면서

잠자리들은 여름의 끝에서 목말을 탔다

싸리나무 울타리가 조금씩 여위면서

해바라기들이 서쪽으로 깊어지고 있었다

철 이른 고구마가 그늘 쪽으로 키를 늘이면서

작고 여린 몸도 하루가 다르게 튼실해졌다

그때까지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옥수수 줄기처럼 빠르게 말라가던 어머니는

밤마다 옥수수 키만큼의 높이에

가장 외로운 별들을 하나씩 매달기 시작했다

그런 날 나는 하모니카가 불고 싶어졌다

문득아버지가 켜든 불빛이 그리워졌다

그 여름이 저물도록 어머니는

가마솥 가득 모락모락 쪄내고 있었다

단맛의차진 알갱이들이 노랗게 익을 때까지







5.jpg


박기동

 

 

 

기다리지 말아요

그대

기다리지 않아도

나는

그대에게로 가요

저절로

저절로

그대에게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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