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고 하지 마!"
연예인 하하가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던 그 말.
어느 순간, 그 말은 하하의 유행어가 되었다.
소집해제 후 방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하하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그의 팬들은 하하를 위로했다. 어느 순간 "제발 그만해달라"며 절규하는 하하의 모습에 재미를 느낀 탓에 위로가 아닌 놀림거리로 변질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나는 당시 하하의 저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본인을 생각하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8년 전 가을, 2010년 10월 18일.
나는 우상이었던 임요환 선수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었다. 당연히 경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은 무척이나 뜨거웠다.대회 당일, 역시나 그에게 보기 좋게 패배한 나는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커뮤니티 반응을 구경했다.
"황희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힘내라!"
"울 거 같아. 너무 불쌍해.. 힘내길"
이런 댓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덮은걸 확인한 나는 너무나 당황했다. 전혀 힘낼 필요가 없었기에.
오히려 나는 경기 전 과도한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이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그런 나를 불쌍한 사람 취급하며 힘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억울했다. 엎친데 덮친 격, 주위 지인들에게서도 계속 연락이 왔다. 대부분 나에게 건넨 말은 비슷했다.
"희두야 힘내! 기죽지 말고 인마."
그럴 때마다 속으로 드는 생각.
'나는 진짜 괜찮다고! 아니, 오히려 힘낼 필요도 없을 정도로 힘이 넘치고, 속은 얼마나 후련한데. 너희들 때문에 힘이 빠진다….'
당시 지금보다 소심했던 나는 겉으로 "고맙다. 덕분에 힘이 난다"라고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힘내라는 말 때문에 오히려 힘이 빠진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답답해했다.
그렇게 혼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문득 하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제발 힘내라는 말을 그만 하라던 하하의 절규.
과거엔 이해하지 못했던 그 울부짖음이 딱 나의 모습이었다.
물론 누군가의 "힘내"라는 말에 큰 위로와 힘을 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위로를 전해주지는 못 한다. 가을방학의 <호흡 과다>라는 노래엔 이런 가사말도 있다.
힘내라는 말에 왠지 기운이 빠지는 때가 있지,
너는 알겠지
노래 가사처럼 때로는 힘내라는 조언이 오히려 본인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어 하소연을 한 경우에도 무심하게 내뱉은 "힘내"라는 말보다,
나의 말에 공감해주는 모습에 더 큰 힘을 얻었던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본인이 직접 위로를 청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
괜한 오지랖으로 건네는 힘내라는 위로는 오히려 당사자를 스트레스 받게 만든다.
과연 세상에 힘을 안 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만약 누군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해주고 싶다면
힘내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고생했다며 토닥여주는 것이 어떨까.
그러니.
제발 아무 때나,
"힘내라고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