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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당신과 나 사이에도
게시물ID : lovestory_857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5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7/02 14:11:0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v2KfMEW8ZOY




1.jpg

전영건빛나는 것들은

 

 

 

빛나는 것들은 버려진 뒤편에 있다

 

팥이며 동부 콩 등속이 낱알 튕기고 떠난

하얀 몸피의 껍질들이며

알곡을 내준 모든 것들이

들녘이나 길바닥에 처박혀

아침 서리 속에 반짝 빛나고 있다

 

영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껍데기들

빛나는 것은 언제나

눈이 머물지 않는 곳이나

떠난 가을처럼

버려진 뒤편에 있다







2.jpg

정호승부활

 

 

 

진달래 핀

어느 봄날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돌멩이가 처음에는

참새 한 마리 가쁜 숨을 쉬듯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더니

차차 시간이 자나자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쉬었다

내가 봄 햇살을 맞으며

엄마 품에 안겨

숨을 쉬듯이







3.jpg

오한욱호흡

 

 

 

나무들이 호흡을 고르자

산이 이내 안개에 휩싸인다

줄기와 줄기의 몸짓이 잎의 떨림으로 입맞춤하는 사이

계절은 늘 때맞추어 산에 몸을 비벼댄다

이제야 돌려보는 숨생각건대

때론 들숨과 날숨을 맞추어나가는 일이 필요한 듯

당신과 나 사이에도







4.jpg

이운진갑사 가는 길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는다면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거기서 있고 싶네

일주문 넘어가는 바람처럼

풍경소리에 걸음 멈추고

그곳에서 길을 잃고 싶네

산그늘 물소리 깊어져서

늙고 오래된 나무 꽃이 지고

꽃 피운 흔적도 지고 나면

말까지 다 지우는 마음처럼

수만 개의 내 꿈들 떨구어 내는 일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먼 길 끝나지 않았으면







5.jpg

신영배물로 투명해지기

 

 

 

아침에 새와 함께 깰 때

귀가 있는 듯 없는 듯하기

 

차를 마실 때

입술이 있는 듯 없는 듯하기

 

의자에서 자세를 고쳐 앉을 때

등이 있는 듯 없는 듯하기

 

복도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때

다리가 있는 듯 없는 듯하기

 

병실로 들어섰을 때

흰 살결이 있는 듯 없는 듯하기

 

바다 쪽으로 쳐둔 커튼을 젖힐 때

두 팔이 있는 듯 없는 듯하기

 

이제 바다로 갔을 때

눈물이 있는 듯 없는 듯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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