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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리운 오늘
게시물ID : lovestory_85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6/28 16:00:1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nJz5had6WHI





1.jpg

박노해긴 호흡

 

 

 

직선으로 달려가지 말아라

극단으로 달려가지 말아라

사람의 길은 좌우로 굽이치며 흘러간다

 

지금 흐름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 때

머지않아 맞은편으로 흐름이 바뀌리라

너무 불안하지도 말고 강퍅하지도 마라

 

오른쪽이건 왼쪽이건 방향을 바꿀 때

그 포용의 각도가 넓어야 하리니

힘찬 강물이 굽이쳐 방향을 바꿀 때는

강폭도 모래사장도 넓은 품이 되느니

 

시대 흐름이 격변할 때

그대 마음의 완장을 차지 마라

더 유장하고 깊어진 품으로

새 흐름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라

 

삶도 역사도 긴 호흡이다







2.jpg

서하산길을 걸으며

 

 

 

사람들이 산 속을 걷고 있다

아니산이 사람 속으로 걷고 있다

두고 오려던 그림자는 악착같이 따라붙고

어디로든 흐르지 못한 마음들

산 아래서 쫓던 욕심들 내려놓으면

저 햇살처럼 가벼울 수 있을까

돌탑 앞에서 쉼표처럼 앉아 쉬다

몸 한 그루 일으키려 힘주는데

투두둑 세월이 타진다

민망한 듯 얼굴 붉히는 한낮

그늘과 햇살햇살과 그늘

한 땀 한 땀 꿰매는 실바람도

나뭇잎 같은 길속으로

촘촘히 걷고 있다







3.jpg

최정란접선

 

 

 

깜박깜박

공중에서 모스부호가 만난다

 

마주 보는 아파트 불 꺼진 앞뒤 베란다

담뱃불빛을 전송하는 두 남자

오늘도 별 일 없었느냐고

말 없는 안부가 공중을 오고 가지만

주차장에서 날마다 스쳐도

누구인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삶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

선으로 연결되어 그물고처럼 당겨지는

조직에

한 점으로 심겨진 스파이들

 

깊은 밤 같은 시간 깨어있는 담배 하나로

잠든 가족에게 보여주지 못한 어둠

구름으로 날려보낸다

 

필터로 다 걸러내지 못한 한 개비의

남자라는 기호

외로움의 코드로 해독되지 않는 난수표







4.jpg

장승진그리운 오늘

 

 

 

불러 보았어 내 안으로

니가 아직 거기 있는지

귀를 막고 귀 기울였어

너의 시냇물 같은 사랑에

사랑의 밑바닥에 뿌리내린

내 마음은 물풀과 같아

고기 몇 마리쯤 뜯어먹어도

금방 또 자라나지







5.jpg

정경란손님

 

 

 

뭘 이렇게 많이 들고 오셨어요

편하게 앉으세요

잘 훈육된 아이처럼

허락 없이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당신

이것저것 물어봐도

글쎄다 하는 한 마디로

마음을 꼭꼭 여미시는 당신

졸음이 와도

어느 방에 들라는 말이 있을 때까지

애써 피곤을 참는 당신

겨우 하룻밤 묵어가면서도

크나큰 실례를 범한 듯

아니다 괜찮다로 일관하시는 당신

호미와 낫 한 자루로

그 넓은 들판을 호령하던 기개 어디다 두고

한쪽 벽에 기대 새우잠을 청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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