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갑작스러운 연락이었다.
'친한 친구의 죽음'
나에겐 얼마 안 남은 초등학생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노래방에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를 장례식장에서 마주한 나는 황망한 마음에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했다. 사인은 '자전거 사고'였다. 급격하게 경사진 곳을 내려오다가 장애물에 걸려 그대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야! 뭐 그런 걸로 울고 그래. 안 죽어 인마"
오래전, 그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
초6 당시 유행하던 휠리스를 타고 경사진 곳을 내려오던 나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이마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았고, 놀란 마음에 미친 듯이 울던 어린 나는 그 친구의 위로 덕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친구가 비슷한 이유로 세상을 떠났다니. 처음 그 소식을 접한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아니, 나도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걸로 안 죽어, 그러니 빨리 정신 차리고 일어나."
하지만 친구는 끝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이 남았는데,
서로 나중에 잘되고 자주 만나자며 순간순간의 만남도 유예해뒀는데.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공부를 유별나게 잘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부모님에게 그 친구와 비교를 당해왔다.
때론 시샘도 하고, 때론 부러워도 했던 그 친구는 결국 KAIST에 입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를 축하해주기 위해 오랜만에 만난 나는 놀라운 말을 들었다.
"나 자퇴하려고.."
부모님의 갈망대로 좋은 대학까지 갔으니, 이젠 본인의 길을 걷겠다나 뭐라나.
결국, 그 친구는 본인의 진짜 꿈을 찾아가겠다며 KAIST를 자퇴했고 몇 년 후 의대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과연 그 친구는 떠나기 직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부모님의 소원을 저버린 걸 후회했을까?
아니면 본인이 원하던 의대에 입학했으니 행복했을까?
아무도 정답을 알지 못한 채로 그 친구의 인생 스토리는 막을 내렸다.
아직 너무나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홀연히 떠나버린 그 친구.
요새 들어 소신과 현실 사이의 수많은 고민들이 나를 옥죄어올수록 너무나 보고 싶어 진다. 그 친구가.
잘 지내냐!
나보곤 죽지 않으니까 울지 말라더니, 어떻게 그렇게 먼저 떠날 수가 있냐.
너의 길을 선택하니까 행복했냐.
나중에라도 꼭 알려줘라.
부모님의 삶이 아니라 너의 삶을 선택한 결과가 어땠는지를. 정말 행복했는지를.
시간을 되돌린다면,
너에게 달려가 말해주고 싶구나.
괜찮다고 그깟 걸로 안 죽는다고,
살짝 다친 것뿐이니, 그러니 너무 두려워 말고 어서 일어나라고.
친구야.
하늘에선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자전거 원 없이 타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고, 그렇게 온 우주를 열심히 돌아다녀라.
그 무엇도 방해할 수 없을 테니.
너의 무한한 질주를 막을 장애물은 어디에도 없으니,
하늘의 드넓은 공간을 무한히 질주하며 못다 한 꿈 이루길.
먼 훗날 만나면 같이 노래방부터 가자꾸나.
오늘따라 더 보고 싶구나, 친구야.
부디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