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한다"는 안희정 지사의 소신을 듣고 생각한다.
1.
현대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는 서로 수렴하고 교차되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집합을 늘려야 한다. 이것이 화쟁(和諍)과 통섭(統攝)의 정신이다. 안 지사는 이를 강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의 근본원리를 부정하는 세력은 여기서 제외된다. 현재 국면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박근혜-최순실 일당'을 옹호하는 세력은 진보, 보수를 떠나 '국적'(國賊)일 뿐이다.
2.
정권교체 후 개혁법안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적폐잔당인 자유한국당과도 협의해야 하고, 이 속에서 개혁 강도와 범위가 일정하게 약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선진화법이 있고 자유한국당이 94석의 국회의석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점에서 "all-or-nothing"식의 '최대주의'는 반대한다.
3.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누차 말하였듯이, 나는 집권 전후 야3당간의 (소)연정이 먼저이고, 이를 기초로 사안별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혁과제 합의"라는 조건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은 동의할 수 없다. 왜?
첫째, 개혁과제를 출발부터 최소로 만들 수밖에 없다. '최소주의'의 반대! 자유한국당이 합의해줄 "개혁"의 내용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경제민주화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도 결사 반대하고 있는 정당이다.
둘째, 집권세력의 정체성과 지향이 흐려지거나 약화될 수 있다. 2017년 이후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이 있다. 집권 초중반인 2017-19년 사이에 집권세력이 물렁물렁, 흐물흐물해지면, 패배한다.
셋째,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박근혜 친위정당 자유한국당은 몰락되어야 마땅한데, 2017년 대연정을 하면 '지분'을 행사하면서 살아나게 된다.
4.
정체성과 확장성, 원칙과 유연성, 최대주의와 최소주의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있다. 양자택일로 풀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국면에서 방점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난관을 풀 수 있는 대통령의 합헌적 권한이 존재하고 있음도 강조하고 싶다.
5.
안희정, 마음 속 신조와 가슴 속 열정을 잃지 않고 의리를 지키면서도, 정치의 속성과 논리를 잘 파악하고 실리 있는 포석을 두는 '프로'라고 생각한다. 인간적 매력도 풀풀 나고 , 패션 감각도 멋진 사람이다.
직업정치인이 아닌 백면서생인 나로서는, 안 지사께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의 역풍을 생각하시라고 고언을 할 뿐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자유한국당이박근혜다
#박근혜하야하라
#바른정당도박근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