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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누나에게 들은 안타까운 썰.txt(긴글 주의)
게시물ID : panic_856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킹쾅쿵쾅
추천 : 37
조회수 : 6218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01/15 08:58:06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는 더 예쁜 동네 누나가 있었습니다.

한때 이 누나에게 공부를 배웠는데, 이건 그때 들은 썰입니다.

이 누나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자면 공부를 매우 잘해 Top3 안에 드는 교대를 다녔고, 고등학교도 지역에서 공부깨나 한다는 수재들이 다니는 그런곳을 졸업했습니다.

이런 누나에게는 초등학교시절부터 단짝인 친구가 있었는데, 학교는 달랐지만 속셈학원에서 만나 단짝이 된 뒤 중학교때도 잘가르치기로 소문난 보습학원에 같이 등록하여 각자의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했다고 합니다.

이 둘은 공부와 명문대 진학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학원 친구임에도 학교 친구들 보다 더 친해졌고 결국 지역내 명문 고등학교로 함께 진학하게 되었답니다.

 지역에서 공부좀 한다는 고등학교다 보니 같은 중학교 출신은 몇 없었고 단짝이던 그 친구와 같은 학교에 진학했다는 사실은 외롭고 치열한 고등학교 생활에 위안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항상 이야기가 그렇듯 두 여고생의 사이는 새로운 고등학교에 친구가 적응을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명문고 진학엔 성공했지만 그 안에서의 스트레스와 생활에 지친 까닭인지 친구는 성적이 떨어짐과 동시에 성격이 예민해 졌으며 누나의 성적을 질투하는 모습도 보였답니다.

그러다 당시 학업 스트레스는 누나도 상당했고, 결정적으로 둘이 아예 말을 섞지 않을 정도로 싸운 날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평소 같았으면 가벼이 웃고넘길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 다툼을 계기로 이 둘은 서로에게 입을 닫아 버린채 고2로 진학하게 됩니다.

고2로 가려면 문이과를 선택해야 했는데, 누나는 이때까진 친구와 화해 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고 싸우기전 그 친구와 약속했던대로 문과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친구는 대학 진학에서 희망하는 과가 바뀐 까닭인지 누나를 아예 보기 싫었던 까닭인지 이과로 진학해 버렸고, 누나는 비록 싸우긴 했지만 약속마저 저버린 친구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런 친구에 대한 미움까지 학업에 쏟아부어 승화시켰고, 누나의 고2는 쏜살과 같이 지나갔다 합니다.

 드디어 고3이 되어 수능을 향해 달려가는데, 여고생의 몸에 원형탈모가 생길만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합니다.

 그때 그래도 힘들때 마다 같이 신세한탄을 하며 서로 의지하고 수다도 떨던 옛날 단짝친구가 생각 났지만, 어린마음에 주변에 묻지도 못하고 이과쪽을 지날때 마다 교실을 기웃거리는게 누나가 할 수있는 전부였다 합니다.

그러나 결국 고3내내 그 친구와 다시 화해는 커녕 좁은 학교에서 마주치는 일도 없었고, 자신은 이렇게 친구를 그리워 하는데 친구는 자신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나 싶어 서운하고 밉더랍니다.

그러나 자존심상 차마 자신을 보고싶어 하지않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용기는 없었고, 더 독하게 마음먹고 학업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슬프도록 외롭고 치열한 고3 생활을 버텨내며 결국 수능까지 잘 마무리 짓고 준수한 성적으로 교대에 입학한 누나는 고등학교보다 더 정신없게 대학교 2년을 보내고 졸업을 2년 앞두고 부터 임용 준비를 천천히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또 한번의 시험을 준비할 생각을 하니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이 생각나 다시 옛 단짝 생각에 그리워 지더랍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연락을 하던 도중 꽤많은 친구들이 비공식 동창회를 갖으려 한다는걸 알게되고 자신도 그곳에 갔다고 합니다.

혹시나 그 친구가 올까 했지만 역시나 그 친구는 없었고, 이번엔 그 시절 처럼 후회할일 만들지 말자는 생각에 동창회에 참석한 인원들에게 그 친구의 근황을 물어보았는데, 그 대답은 생각보다 너무 의외였다고합니다.

 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고3 중순부터 그 친구가 무단 결석을 하더니 이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겁니다.

이 소식에 너무 놀란 누나는 예전 학원 친구들과, 그 친구를 알법한 여기저기에 수소문하여 친구의 더 자세한 행방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렇게 알게된 내용은 정말 끔찍한 것이었답니다.

 당시 그 고등학교는 기숙사 형태였는데, 고3이 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주말에도 집에 가질 않았지만 그 친구는 고3까지 학교적응을 잘 못해 매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본가로 갔고, 사건이 일어난 그날도 친구가 본가로 간 그날이랍니다.

 그때 친구의 본가는 주택이었는데, 그 날은 학교가 단축수업 을 하는 날이어서 평소보다 훨씬 일찍 본가로 갈 수 있었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주택가이니 만큼 꽤 복잡한 골목길이었고, 그 골목길들을 지나 집으로 가는데 웬 남자가 친구를 따라 붙더랍니다.

이제 집까지는 골목 끝에서 한번만 꺽어 들어가면 도착이었는데, 수상한 남자가 자신을 쫓아오는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친구는 골목길에서 꺽어 들어가자 마자 집으로 냅다 뛰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 남자도 친구를 쫓아 뛰어 오더랍니다.

 친구는 죽자사자 뛰어서 집으로 갔고 무사히 대문과 현관을 지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집에 들어가니 친구의 아버지는 퇴근하시려면 아직 멀었고 전업주부셨던 친구의 어머니는 집에 안계시더랍니다.

 밖에선 곧 그 남자가 대문을 마구 발로차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 친구는 너무 놀라 엉엉 울며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전화를 받으신 어머니는 마침 자신이 볼일을 다 보고 집에 가고 있는데 지금 집 근처 이니 문을 꼭 잠그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는 잦아들 기세가 없었고 친구는 너무 무서워 방에 들어가 잠긴 문을 잡고 울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소리가 잦아들고 친구도 조금 진정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어머니가 오시질 않더랍니다.

 이내 시간이 꽤나 흘러 경찰차가 집으로 왔는데, 대문앞에는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쓰러지신 어머니가 계셨고 집 대문에는 피와 칼자국이 난잡하게 나 있더랍니다.

 친구는 이 일의 충격으로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갔고 친구의 아버지는 일을 대충 수습하고 도망치듯 이사를 가셨다 합니다. 

이 누나는 그때의 자신이 조금 더 어른스럽게 행동했더라면 친구가 학교에 좀 더 잘 적응해서 남들과 같이 주말에 기숙사에 남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런 일도 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한동안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고3시절 힘들어서 친구에게 야속함을 느끼고 미워했는데, 친구의 사정도 모르고 친구를 미워한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며 저한테는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후회할만한일 만들지 말고 싸우더라도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남과 척을지지 말고 둥글고 원만하게 지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저도 이 누나의 말을 다 듣진 않지만 싸우고 나서 먼저 화해하는 습관은 이 이야기를 듣고 교훈을 얻어 실천하게 된 행동입니다.

누나와 함께 공부한지가 벌써 십년도 넘은 일이라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제게 학업적으로나 성격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준 누나라 아직도 이따금씩 누나와 이 이야기가 생각나곤 하는데, 많은 분들과 이것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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