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대학원에 다닐 때 이야기다.
석사학위 논문도 냈겠다, 한참 한가할 무렵이었다.
마침 그 무렵 괴담에 꽂혀, 오컬트판을 전전하며 온갖 이야기를 읽어대곤 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귀신은 실재하는걸까 고민하면서.
그 무렵 나는 완전히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새벽 2시에 잠이 깨, 컵라면이나 먹으려고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서는 현관문이 보인다.
그런데 그 문 아래쪽, 신문을 넣으라고 만들어 놓은 구멍에서 희고 작은 손이 나와 있는 게 아닌가.
구멍의 폭은 5cm가 될까말까 해서, 보통 사람 손은 넣을 수도 없는 크기였다.
그 손은 아래에서 위로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오컬트판에서 봤던 손만 나오는 귀신 이야기가 떠올라, 나는 반쯤 패닉상태였다.
하지만 두려워하면 두려워 할수록 귀신이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기에, 나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겁을 주기로 했다.
현관 옆에 놓여져 있던 목장갑을 꼈다.
목장갑을 낀 채라면 귀신을 만져도 괜찮다고, 의미도 없는 자기최면을 걸어가면서, 나는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온힘을 다해 그 손을 잡아당겼다.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당황한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우체통에 손이 끼인채 울부짖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복도를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학 무렵부터 복싱을 했었기에 완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 탓에 아이의 팔은 구멍에 꽉 끼어 뺄래야 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나는 뭐가 뭔지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119에 전화를 했다.
[아이 팔이 껴서 빠지지가 않아요.] 라고 말을 하자, 곧바로 구급차를 보내줬다.
하지만 구급대원이 와서 팔을 잡아당겨도 빠지질 않아, 어쩔 수 없이 크로우바 같은 걸로 구멍을 뜯어 넓혀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아이는 쇄골과 손가락 뼈가 부러지고, 손목, 팔꿈치, 어깨뼈가 빠진데다 인대까지 찢어진 상태였다.
나는 경찰서에서 사정청취를 받았다.
경찰관은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냐며 노성벽력을 질렀다.
[큰일났다... 미안해서 어쩌지... 나 감옥 가는걸까...] 하면서 벌벌 떨며, 이틀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그 후 경찰에게 사건의 진상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아이가 구멍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열면, 부모가 빈집털이를 하는 상습 절도범이었습니다.]
그 때 내가 들었던, 복도를 달리던 발소리는 아이의 부모가 냈던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그 아이 부모와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생활비도 없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 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이 식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던가.
정작 빈집털이를 해도 돈은 천엔 남짓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곤궁하기는 여전했다고 한다.
그 후 그 가족이 어찌되었는지는 모른다.
아이가 아파 울부짖는데, 그걸 버리고 도망치는 부모가 내게는 너무나도 두렵게 느껴졌다.
그 아이의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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