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저는 그닥 기억력이 좋지 못한 편에 속합니다만
혼자 곰곰히 생각을 할 때가 오면 문득 문득 스치는 기억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등 같았어요
아마 포대기에 엎혀 있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작은 거실에 사람 허리께 오는 주방 테이블부터
안방 TV위에 올려져 있던 빨간 전화기
그리고 포대기에 엎힌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얼굴을 어루만지던
긴 머리와 긴 손톱을 가진 한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는 제가 누워 있을때나
엄마 등에 엎혀있을때 항상 여기저기 따라다녔어요
머리도 쓰다듬고 턱과 볼도 어루만져주면서..
그치만 제 기억속의 엄마는 모르는 듯 했어요
전혀 의식을 하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가끔은 팔과 다리를 꽃게처럼 피고 누워있던 제 주위를 빙빙 돌았던 것도 생각이 나요
그러다가 방울소리? 같은게 들리면 귀를 막고 울면서 도망간 것도 기억이 나구요
며칠전 엄마집에 갈 일이 있어 농담삼아 기억이 나는 집구조를 이야기 했습니다
화들짝 놀라더군요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면서.. 그때 살던 집에서 제 나이가 두살이었답니다
곧이어 그 아줌마도 얘기했어요
엄마가 다시 한번 화들짝 놀라더군요
이유를 물으니
당시 살던 집이 이사 올때부터 기운이 좀 석연찮았다고 해요
아니나 다를까 윗집이 무당집이었다네요
매일 방울소리 굿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와중에도 엄마는
가위에 매일 심하게 눌렸대요
제가 봤던 그 여자가 꿈에서 자꾸 엄마를 죽이려했다고
가위에 눌리다 희미한 방울소리만 들으면 가위에서 풀려났다고..
기독교를 다니는 엄마는 처음으로 무당에게 갔대요
상황을 설명하니 무당이 그대로 계속두면 '그 년'이 아들 잡아간다
아들 잃어 한 맺혀 죽은 귀신이다 라고 했다네요
그래서 그 해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더랍니다
그 뒤로는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