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할 때 베스트 가는 게 꿈이었는데 제가 쓴 글들이 베스트 올라가니까 정말 좋네요.
그래서 그 기념으로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 드릴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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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건너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미래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식량이 부족해 죽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다섯 명의 꼬마가 있었어요. 모두 얼굴이 하얀 아이들이었죠.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그들은 눈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에서 피부가 까만 아이가 나타났어요.
'나도 끼워줘.'
아이들은 고민했죠. 얘가 하나 더 끼면 짝수라서 더 재미있을 텐데. 하지만 처음보는 아인데다가 피부도 까만걸.
끼워줄까 말까, 끼워줄까 말까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날 무렵, 아이들의 대장 격인 제이콥이 입을 열었어요.
"꺼져, 이 마귀의 자식아! 목사님이 까만 건 악마뿐이랬어. 너 악마의 자식이지? 까만 건 나쁜거야!"
하면서 눈 속에 돌을 넣어 던졌죠. 아이들의 눈에는 그 눈덩이가 정의를 심판하는 화살로 보였습니다. 제이콥은 용감한 용사 같았고요.
그래서 다같이 눈 속에서 돌을 넣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애들이라곤 하지만 5대 1로 돌을 맞은 여자애는 피를 흘리기 시작했죠.
피를 본 아이들은 멈칫 했습니다. 이윽고 까만 여자애가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까매서 놀기 싫다는 거지? 그래, 그럼 너희보다 흰 친구를 만들어주지."
그리고는 눈을 모아서 눈사람을 만들고, 돌을 맞아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이게 뭐야?"
"이게 뭐지?"
아이들은 처음 보는 눈사람을 여기저기 둘러보았어요. 숫자 8처럼 생긴 눈덩이가 왠지 사람처럼 보였거든요.
"안녕? 나는 눈사람이야."
"눈사람?"
제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가갔어요.
"그래, 눈사람. 가까이 와, 나는 눈을 가지고 싶은 눈사람이야."
바로 다음 순간, 제시는 홀연히 사라지고 눈사람은 제시와 꼭 닮은 눈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이클, 제임스, 제이콥, 아담도 차례차례 사라졌고, 그곳에 아이들의 옷을 짓밟고 서 있는 사람은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었어요.
청년은 저벅저벅,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청년은 어디서 났는지 작지만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자기보다 피부가 까만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청년보다 흰 피부를 가진 사람은 없었습니다.
"뭐야, 피부가 하얘도 놀아 주지 않잖아."
마을 광장에서 하얀 청년은 느즈막히 중얼거리며 어딘가로 가버렸어요.
그리고 다음날, 사냥을 나갔던 마을 청년들이 셋이 돌아왔을 때는 온 마을이 굳어버린 검은 피와 피와 함께 널브러져 있는 피로 검게 물든 옷가지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