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취미를 물어보면, 약간(사실은 많이) 오그라들고 쏠리지만 책 읽는 거...라고 합니다.
확실히 요즘은 독서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없긴 하죠;; ㅎㅎ
지금까지 봤던 여러 소설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3명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내용이 스압이니 바쁜 분들은 굵은 글씨만 읽으세요)
1. 프레더릭 포사이스(Frederick Forsyth)
영국 출신, 1938년생이니 거의 팔순이 다 되었네요. 그는 첩보/스파이 스릴러 장르의 대가입니다.
젊은 시절엔 BBC에서 기자 일을 하기도 했고,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도 있습니다.
한참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다가, 지난 90년대 후반에 스스로 절필을 선언하고 칼럼 정도만 기고하고 했는데요.
충격적이었던 9.11 사태 이후 다시 본업인 스파이 스릴러 작가로 복귀한 점이 특이합니다.
복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벤져', '아프간', '코브라' 등 가장 최근의 3부작에선 모두 9.11 사태가 중요한 모티브로 언급되거나, 심지어 빈 라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영국 외교부에 근무하던 시절 동구권에 대한 '실제' 스파이 혐의를 받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한 용감한 인터뷰어가 '당신이 과거에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답니다.
그에 대한 대답?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역시 스파이 스릴러의 거장인 존 르 카레는 실제로 자신이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 시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한참 지난 후에 시인한 것이죠.
대표작 소개
<자칼의 날>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소설 가운데, 재미로만 따져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자부합니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킬러, 자칼과 그를 막으려는 르벨 경감의 추격전이 펼쳐지는데! ㅎㅎ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 최근 2권 짜리로 복간되었습니다.
<전쟁의 개들>
국내에선 '심판자'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예전에 절판되어 아마 구하긴 쉽지 않을 듯. 시립도서관 같은 데 가면 있으려나...
아프리카의 한 소국에서 엄청난 규모의 백금 광맥이 발견됩니다. 이를 먹으려는 거대 자본가가, 용병을 고용해서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이야기.
이 용병들이 세계 각지를 돌며 병력을 충원하고, 무기를 구하고, 실제로 작전에 들어가는 내용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디테일이 정말로 엄청납니다.
<어벤져 / 아프간 / 코브라>
각각 따로 출간된 작품들이지만, 위에 이야기했듯이 3부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이 이어지고 캐릭터도 연결이 됩니다.
베트남전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실 텐데 당시 베트콩들은 전략적 요충지 곳곳에 이어지는 땅굴을 파놓았습니다.
여기 땅굴에 들어가서 베트콩을 소탕하는 임무만 전문적으로 맡았던 이들을 '땅굴쥐'라고 했는데요. 이 땅굴쥐 출신의 남자(와 조력자)가 등장합니다.
3부작 내내 9.11 사태가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역시 재미로만 따지면 그의 작품들 중 최고 수준입니다.
2.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미국 출신. 1922년 태생. 2007년 사망. '보네거트'라고도 하고 '보니것'이라고도 합니다.
인상을 딱 보면 어딘가 모르게 독설가 같은 이미지가 엿보이는데요.
실제로 제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간담이 서늘해지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풍자 정신입니다. 그의 (소설)작품 대부분은 블랙 유머에 가깝죠.
또한 말년의 그는 미국 사회가 정치적으로나 뭐로나 너무 우경화되고 있다면서 독설에 가까운 비판을 하면서 미국 내 보수 우익 세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골초로 유명했죠. 거의 평생동안 하루 2~3갑씩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대표작 소개
<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자신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힌 적이 있는데요.
그 때의 경험을 살려서 집필한 작품이 바로, 연합군의 드레스덴 공습을 테마로 한 바로 이 작품입니다.
엄청난 폭격 이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 앞에 펼쳐진 모습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습니다.
<갈라파고스>
'지금으로부터 1백만 년 전, 그러니까 1986년'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1백만 년은,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1백만 년이라는 시간.
일단의 사람들이 갈라파고스 섬에 고립되는데, 그 동안 바깥 세상은 모종의 이유로 멸망. 여기에서 이 사람들은 나름 진화(?)를 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1백만 년 후 사람은 더 이상 '인류'라고 부를 수가 없게 됩니다(...).
3. 이사카 코타로
일본 국적. 1971년 생.
그는 무척 다양한 스펙트럼의 여러 작품들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꽤 인기가 높아서, 그의 작품들 중 많은 수가 영화화되었구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좀 있지만, 전 그저 그의 작품들이 담백하고 재미있어서 ㅎㅎ 좋아합니다.
대표작 소개
<모던타임스>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그린, 매우 두꺼운;; 작품. 이게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이어서 그런지, 작품을 읽을 때 중간에 딱딱 떨어지는 호흡이 좋습니다.
또한 작품 내에 삽입된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마음에 들고요.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이건 영화로도 유명하죠. 4명의 개성 강한 떼강도(...)가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
아주 유쾌하게 재미있는 작품.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중 제일 처음 읽었고, 이 작가에 흠뻑 빠지는 계기가 된 소설입니다.
아주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와, 플롯이 인상적인 작품.
<골든슬럼버>
난데없이(?) 초 대중적인 스릴러 작품으로, 엄청 당황;;하게 했던 작품.
어느날 갑자기 일본 총리 살해범으로 몰린 한 사내가 좌충우돌하면서 도망 다니는 내용입니다.
<그래스호퍼>
아마 신칸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이 열차에 살인청부업자, 야쿠자, 그리고 사기꾼이었나(...) 아무튼 이런 범죄자들이 한꺼번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물.
아따 써놓고 보니 무지 기네요;;;
위에 언급한 작가들 외에는 스티븐 킹도 좋아합니다. 뭐 스티븐 킹이야 워낙 유명해서 굳이 또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거고...
가네시로 가즈키, 닐 게이먼, 테드 창, 리차드 매드슨, 그리고 박민규 같은 작가들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