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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회사에 발이 묶였다
게시물ID : panic_856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1
조회수 : 6145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1/12 04:30:46
*모리츠 코르넬리스 애셔(글 속에 나옵니다)
네덜란드의 판화가.
기하학적 원리와 수학적 개념을 토대로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 공간을 표현했다.
평면의 규칙적 분할에 의한 무한한 공간의 확장과 순환, 그리고 대립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며,
모호한 시각적 환영 속에 사실과 상징, 시각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다뤘다.
 
 
relativity460_1674919c.jpgWaterfall.jpg
 
 
 
 
 
오후 7시 31분.
사무실에는 나 하나 뿐이다.
손에 클립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앞에 섰다.
 
"탈 거야?"
 
레이가 열림 버튼을 누른 채로 나에게 묻는다.
그 뒤로 메간과 마커스가 야근에 지친 얼굴로 서 있다.
처음에는 탄다고 대답했다가 갑자기 살을 빼고 있던 게 기억나서 대답을 바꿨었다.
그래서 그 때는
 
"괜찮아, 나는 계단으로 갈게."
 
라고 했었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을 대로."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레이는 그대로 버튼에서 손을 뗐다.
엘리베이터가 완전히 닫히기 직전 클립 상자를 안으로 던져 넣었다.
상자는 구석으로 떨어져 뚜껑이 열리고 수류탄처럼 클립이 흩어졌다.
이내 문은 닫히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됐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이 조그만 실험을 수차례 해봤는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지만 이젠 나도 딱히 놀라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책상 위로 다시 돌아오는 클립 상자를 보아도 놀라지 않는다.
다른 실험들도 같은 식이었다.
문을 죄다 막아놓고 소리를 치며 애걸복걸 해봐도 레이는 언제나 요지부동이었다.
동료라는 사람들은 반응이 없고, 그리고 모든 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나는 언제나 사무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또 레이가 나타나 탈 거냐고 물어온다.
 
실험도 슬슬 재미가 없어지는데 여기서는 딱히 다른 할 일이 없다.
전화나 무전, 소화전도 작동을 안한다.
컴퓨터는 전부 정지 상태이다.
메간의 서랍장 제일 아랫칸에서 유치한 연애 소설을 찾아낸다.
이미 서른 번쯤은 독파했지 싶다.
계단으로 내려간다 하더라도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림 속에서 헤메는 꼴이다.
아무리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도 언제나 40층 사무실로 돌아온다.
물론 레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도 된다.
 
어릴 때 한 번 병적으로 호기심을 느껴 엘리베이터 사고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무작정 땅으로 돌진하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계단에서 죽을 확률이 천 배는 높을 정도로 엘리베이터는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이다.
안전성은 정말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문에 귀를 가져다 대면 어김없이 동료들의 멀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언제나 7시 31분이어야 한다. 내가 같이 타야 하니까.
클립 상자가 다시 돌아오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탈 거야?"
 
레이가 묻는다.
결국 나도 '응'이라고 대답할테지.


 
 
 
 
 
출처 Stuck At Work
https://redd.it/3zogd7 by IPostAt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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