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좀 흘리니 화면이 회색이 되어서 죽을까봐 겁이나
다른데 가지도 않고
베레지노 마을에서 이건물 저건물 뛰어다니며 좀비를 피해 허섭스레기만 주워다니는 플레이를 반복하던 중이였습니다.
그러다 반대편 아파트로 가는 도중에
문득 베레지노 마을 중앙의 전차동상을 보게 되었는데요.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그자리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중남미를 통일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잉카제국이었으나
16세기 스페인군인들이 가지고온 천연두라는 악마의 바이러스에
거대한 제국이 단숨에 무너져 내려버린 역사...
그리고 남은 과거 수도 쿠스코와 잉카가 가졌던 위엄을 짐작하게 하는 삭사이와망
그 역사가 변두리 마을 베레지노와 그 마을 중앙에 서있는 전차동상에 겹쳐 보였습니다.
햇빛을 받으며 마을중앙에 버티고 있는 위엄있다고도 할만한 전차상의 모습과
그 모습을 조롱하듯이 황폐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된 유령도시 베레지노의 모습
다만 건물안의 작은 통조림과 찢어진 셔츠 그리고 건물밖에서 울부짖는
사람이였던 존재들에게서 이곳이 한때는 활기찼던 마을이였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어렴풋이 역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반복된다라는 것을 느끼고
전에 보았던 다큐프라임에서 나온 나레이션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인간이 천연두 바이러스를 박멸하는데에는 수천년이 걸렸지만
천연두가 한 문명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채 백년이 걸리지 않았다."
-EBS 다큐프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