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중류층 가정인 베니트 부인에게는 꿈이 있다. 바로 결혼 적령기의 딸을 귀족 가문의 자식과 결혼시키는 것. 때마침 이웃 마을에 귀족 가문의 빙리와 그의 친구 다시가 방문한다. 부인의 간절한 바람대로 첫째 딸 제인은 빙리와 호감을 가지지만, 둘째 딸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만남은 어긋나고 만다.
우연히 "귀족이 아닌 사람은 별로"라던 다시의 말을 듣고 자존심이 크게 상한 엘리자베스. 심지어 무뚝뚝하고 차가워보이는 첫인상 탓인지 다시에 대한 소문까지 안 좋게 느껴진 그녀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그리고는 '역시 본인의 눈은 정확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외면한다.
정작 다시는 시간이 흐를수록 엘리자베스의 총명함과 아름다운 모습에 빠져간다. 결국 용기를 낸 다시는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돌아온 엘리자베스의 매몰찬 대답.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은 아니었어요. 지나치게 오만하고 무례했죠."
이에 다시는 이런 말을 한다.
"저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당신은 편견을 가진채 저를 보고 있네요"
서로에 대한 오해로 반감을 갖게 된 두 사람.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다시와 엘리자베스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오만해 보였던 다시가 사실은 배려 깊고 진실한 남자였음을.
편견에 빠진 줄 알았던 엘리자베스가 사실은 분별력 있고 당당한 여자였음을.
결국 서로의 잘못을 인정한 후, 그들의 사랑은 결실을 맺는다.
세기의 연애 소설로 꼽히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 작품엔 '오만은 누군가가 나를, 편견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게 만든다'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가만 보면 우리의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아마 대부분이 적어도 한 번쯤은 오만과 편견을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첫인상만 보고 사람을 쉽사리 판단하며 편견에 빠지고,
어느 순간 본인의 잘난 맛에 빠져 쉽게 오만해지는 모습.
물론 나도 그런 오만과 편견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오래전 알게 된 한 친구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체구도 작고, 여려 보이기에 당연히 마음도 약할 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처음엔 내가 그 친구를 도와주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헛수고였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생각도 깊고, 경험도 풍부해서 내공이 탄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보다 훨씬 성숙한 그 아이에게 내가 도움을 받는 중이다.
반대로 겉으로 보기엔 무척 강해보이고 꽤나 의리도 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막상 그 사람은 전혀 강하지도 않았고 의리도 전혀 없었다.
모든 게 허울뿐인 껍데기에 불과한 그 사람을 보며 나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처럼 우리는 대부분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너무나 쉽게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다 간혹 우연히 본인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경우 '역시 내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군'이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인만을 맹신하며 오만에 빠지게 되고, 어느 순간 헤어 나올 수 없는 오만과 편견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기에 편견을 완전히 없앨 수 없고,
자신감과 자만심도 쉽게 구분 지을 수 없기에 오만에 빠지기도 쉽다.
이처럼 우리는 수많은 오만과 편견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며 오만과 편견을 완전히 떼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기검열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
내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다른 누군가가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전부 오만과 편견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