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한산했고마침 뒤에 2인용 좌석도 있었다.
하늘도 나의 고생을 알아줘서 보상을 주는구나, 싶었다.
나는 냉큼 그 자리에 앉았다. 민희는 그걸보고 심하게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수줍음이 많은 친구였다.
“민희야 여기앉아!”
나는 내 옆자리를 톡톡치며 다정하게 말했다.
민희는 정말 천천히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아직도 내가 부끄러운건지 계속 핸드폰만 만지작 거렸다.
이런 어색함을 깨 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 민희는 과가 어디라고 그랬더라?”
“저..국문학과요”
“아 국문학과! 소설 좋아하는구나?”
“아뇨 그냥..점수맞춰서 온거에요.”
민희는 내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듯 했다. 말수가 없는건지 말주변이 없는건지..
이러면 대학생활하기 힘들텐데..
“민희 뭐 안좋은 일 있었어 오늘?”
“네?”
“아니 민희가 오늘 말수도 없고 좀 표정도 안좋은거 같길래~ㅎㅎ”
“아..아니에요 그런거..”
“오빠가 대학선배로서 조언하는데 그러면 대학생활 힘들어져~ 막 서로 어색하고 그래도 말
많이하고 그러면서 친해지는거야 원래~ 그래도 민희는 남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군대에서
그러면 많이 혼나는데 원래 ㅎㅎ”
순간 민희가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빛의 속도로 엄지를 놀려 어디론가 카
톡을 막 날렸다.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수줍음이 많다고해서 예의가 없는걸 넘길수는 없다.
그렇다고 너무 무섭진 않게.
“민희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네?”
“오빠가 말했으면 대답이라도 해야지.. 그건 예의가 아니지.. 민희가 아직 사회생활을 못해봐서 잘 모르는구나? 괜찮아 그럴 수 있어 이해해~ 다른 선배가 있었으면 민희 아주 혼날수도 있어요~ㅎㅎ”
“아..예..”
“그나저나 누구랑 그렇게 카톡하는거야? 남자친구?”
“아뇨..”
“민희 아직 남자친구 없구나 그치?”
“예..”
역시 하늘은 나의 편이다.
“그나저나 오빠가 아직 민희 번호 안물어봤네?”
나는 자연스럽게 내 핸드폰을 민희에게 넘겼다.
민희가 또 특유의 동작으로 망설이더니 번호를 찍어줬다.
그번호 그대로 통화를 눌렀더니 없는 번호란다.
“없는 번호라는데 민희야?”
“아...제가 실수로 잘못 찍었나봐요.”
민희는 다시 번호를 찍어주었고 그 이후로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예상외로 수줍음을 너무타는데.. 뭐 차차 풀어나가면 될 것이다.
“오빠 저 그냥 여기서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버스문이 열리자마자 민희가 기습적으로 말하고는 후다닥 내려버렸다.
내가 알기로 저기서 환승하는게 아닐텐데.. 내가 잘못알았나? 하여간 수줍어 하기는 ㅎㅎ
나또한 집에 도착했고 샤워를 했다. 뭔가 걱정이 되었다. 나름 밤시간에 혼자 자취를 하는데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는지..
나는 민희에게 카톡을 날렸다. 프사도 본인의 셀카였다. 귀여웠다. 두근두근,
-잘 도착했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