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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게시물ID : lovestory_85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31 16:21:21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zKcYyiV-0QQ




1.jpg

송기원이슬

 

 

 

처마 아래 달빛이 겹으로 쌓이고

이슬도 두텁게 주렴을 드리우네

바로 한 걸음 앞에서너는

나를 볼 수 있을까

이슬의 주렴을 슬쩍 건드려도

길은 어디로나 열려 있고

벌써 여러 번 계절이 왔다 가는데







2.jpg

최호일엑스트라

 

 

 

이 한여름에

두꺼운 옷을 껴입고 우리는 웃는다

여름날 당신의 입술과 내 손가락 사이로 내리는

눈송이들

혀가 혀를 빨아 먹으며

바위 사이에서 커다란 뱀과 여자와 허벅지가 튀어 나올 때

주인공은 홀로 용감하다

대기 속에는 진짜 총알이 들어 있고

 

여섯 시에 총을 맞아야 하므로

우리는 그녀를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

내일은 지퍼가 열린 줄 모르고 들고 다니는 트렁크 속에서

가면과 시체가 쏟아질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영화처럼

저녁이 오고

화면엔 보이지 않지만 쓰러진 술잔이 있다

그것이 어두운 소리로 굴러 떨어져 강가에 닿을 무렵

겨울이 와야 한다

여름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내 몸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3.jpg

이시영내가 언제

 

 

 

시인이란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우주의 사업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언제 나의 입김으로

더운 꽃 한 송이 피워 낸 적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눈물로

이슬 한 방울 지상에 내린 적 있는가

내가 언제 나의 손길로

광원(曠原)을 거쳐서 내게 달려온 고독한 바람의 잔등을

잠재운 적 있는가 쓰다듬은 적 있는가







4.jpg

이기인밥풀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눈물처럼 마르고 싶은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







5.jpg

조재훈낮달

 

 

 

굶다가 병들어

숨 거둔 어린 동생

빈 산 비탈에 묻고

묻힌 눈물 죄다 삭은 뒤

캥캥 여우 울음 따라

허옇게 억새꽃이 날렸다

울음 끝에 숨죽인

울엄니 낮달이

가만히 동치미국물 한 사발 들고

열뜬 머리맡에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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