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내내 그 칸은 잠겨 있었음. 알바를 한지 얼마 안됐을 때는 사람이 있는 줄 알고 긴장해서 방구도 참고 그랬는데 매번 사용 중인게 이상해서 밑 부분을 보니까 사람 발이 있어야 할 위치에 아무것도 없는거 아니겠음? 그 뒤로 나는 그곳을 개인 화장실처럼 이용하며 장 편히 근무함.
지금 생각해보면 3개월 넘게 거기만 고장났던게 말이 안되는데 왜 이상하다 생각을 못했냐면 여기 화장실 조명은 움직임 감지 센서였기 때문에 사람이 숨어있는게 불가능했고 매번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이 꺼진 상태에서 켜졌기 때문에 당연히 누가 있을거란 생각을 못함.
사건 당일 날도 그랬음. 언제나처럼 화장실에 사람은 나 뿐이었음. 신경 쓸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편한 탓인지 볼일도 순조롭게 잘봄. 그날 내가 들어갔던 칸은 2번 옆에 3번 칸이었는데 볼일은 보다 다리 쪽을 보니까 밑에 공간 사이로 이상한 빨강 가방이 보이는 거임.
핑크라기엔 어둡고 빨강이라기엔 다홍빛 도는 묘한 색이었는데 색깔도 색깔이지만 가방 재질이나 디자인이 좀 독특해서. 찜질방이나 운동선수가 들고 다닐법한 그런 가방? 응팔에서 들고 나와도 갸우뚱 할법한 촌스러운 디자인이었는데 그런 물건이 2번째 칸에 바닥에 있길래 뭐지 싶었지만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놓은거구나 했음.
그리고 칸에서 나와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서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전화벨 소리가 크게 울리는 거임 ㅋㅋ 다름아닌 땡벌 ㅋㅋ "기다리다 지쳤어요 땡벌 땡벌" 울려퍼지길래 맞은편에 남자 화장실이 있으니까 나는 거기서 들리는 건줄 알고 이 상황이 마냥 재밌었는데
전화벨이 한참 울려도 계속 안받는 거임. 벨소리는 계속 울리고.. 그래서 남자 화장실 보니까 불이 꺼져 있었음. 상황 파악이 안되서 뭔가 싶은데 벨소리는 다름 아닌 2번 칸에서 퍼지고 있었던거..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긴 했지만 그때까진 가방 안에 휴대폰이 들어 있나보다. 놓고갔나? 이렇게 생각했음. 근데 순간 촉이 무지 쎄한거임. 화장실 갈 때 봐서 경비 아저씨가 부재 중인건 알았지만 이상하다 싶어서 경비 아저씨 부르는 시늉을 함.
그랬더니 갑자기 2번째 칸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씨이발" 하는 소리가 남. 그러더니 이어서 전화를 진짜 받은건지 쇼인지 모르겠는데 전과 달리 여리고 하이톤 목소리로 "부장님 저 여기있어요 네 저 여기 있어요" 막 이러면서 연기하는 거임.
뭔지 모르겠지만 정상은 아니다 싶어서 무작정 매장으로 도망침. 나중에 경비 아저씨랑 같이 화장실 갔는데 거기 가방도 사람도 없었고 알고보니 여자 화장실에는 고장난 칸도 없다고..
그 여자는 하루종일 거기 숨어서 움직이지도 않고 변기 위에 올라가 있었던건데 나는 화장실 쓰면서 다른 사람 시선이나 숨소리 같은거 전혀 몰랐고 차라리 그 여자가 노숙자거나 이상한 사람이면 추워서 그랬구나 싶어 뭔가 이해는 될텐데 그런 것도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