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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령의 우화화>3 순례를 떠난 어린 까마귀
게시물ID : lovestory_85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하령의우화
추천 : 1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30 0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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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하령의 우화화>3
 

순례를 떠난 어린 까마귀
 

어린 까마귀가 대륙을 건너는 낡은 포도주 운반선에 숨어들어 순례길을 떠난 것은 성자나 성지를 찾아 참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어린 까마귀는 유독 반짝이는 종이만을 좋아했어요. 엄마 까마귀는 까마귀로서 성공하려면 반짝이는 종이 말고 먹을 수 있는 쥐나 새 같은 것을 사냥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어린 까마귀는 엄마 까마귀의 말을 따르고자 개암나무 열매를 물어왔어요.
 

얘야, , 새끼거북이 이런 걸 사냥해야 다른 까마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단다.
 

어린 까마귀는 엄마 까마귀의 요구가 이해는 갔지만, 나무 열매나 반짝이는 것만을 주워오는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 없었어요.
 

, 말을 안 들어. 사냥하라고. 허접쓰레기나 주워서 언제 부자가 될 거야?
 

엄마 까마귀는 호랑이처럼 화를 내면서 어린 까마귀를 부리로 마구 쪼아댔어요.
 

나가! 이제 너는 내 새끼 아니야.
 

어린 까마귀는 그렇게 집에서 쫓겨났어요. 어린 까마귀는 펑펑 울면서 곰곰이 생각했어요. 고작 나무 열매 따위나, 반짝이는 종이 따위나 좋아하는 자신이 아무런 가치 없는 까마귀일까? 서럽게 울면서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자기는 아마 죽을 때까지 나무 열매나 반짝이는 종이 따위나 줍는 습성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걸 예감했어요.
 

그렇게 된 거예요. 어린 까마귀는 자기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진짜 엄마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고 희망해서 순례를 떠난 거예요. 자신이 효성을 다할 엄마다운 엄마를 찾기 전에는 모험을 멈추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을 다지고 엄마를 찾아 순례길에 오른 거예요.
 

어린 까마귀는 첫 번째 순례지인 큰 대륙의 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털이 세고 여윈 할머니 까마귀와 우연히 만났어요. 어린 까마귀는 그 할머니 까마귀의 눈빛에서 아주 오래된 진실을 읽었어요. 신이 까마귀를 만들었을 때부터 까마귀 몸에 불어 넣어준 진실 말이에요. 어린 까마귀는 깃털 하나하나가 자유로워지는 해방감을 느꼈어요. 할머니 까마귀는 말했어요.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 대륙 저 대륙을 건너다니며 많은 일을 겪었지. 여기 자연사 박물 관 앞이 내가 죽을 자리란다. 엄마를 찾는 어린 까마귀야. 나와 있어 주련? 네게 세상의 지 혜를 전해주마.
 

어린 까마귀는 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할머니 까마귀와 노숙하며 지내는 것이 집보다 아늑했어요. 할머니 까마귀의 품이 엄마 품처럼 따듯했어요. 어린 까마귀는 할머니 까마귀가 숨이 다하자 자연사 박물관 지하보관소로 숨어들어 한 서랍에 할머니 까마귀를 모셨어요. 그리고 떠났어요.
 

이제 어른이 된 까마귀는 낡은 포도주 운반선을 타고 이 대륙 저 대륙으로 순례 중이랍니다. 자신이 어려서 그랬던 것처럼 절박하게 엄마를 찾는 어린 까마귀들을 거둬 마음을 풀어주고 지혜롭게 살도록 보살피고 있답니다. 할머니 까마귀가 자신에게 전해준 지혜대로 말입니다. 그 지혜는 바로 공동체 속에서도 자유를 잃지 않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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