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체험담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에 친구와 둘이서 물놀이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물놀이가 위험하다며 엄하게 금지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제방은 제대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나무 틈새에 숨어 놀 공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 놀이의 일환으로 제방 나무그늘에 돌로 "신의 사당"을 만들었다.
돌로 벽과 천장을 만들고, 흙으로 고정해, 아이 무릎 정도 크기의 작은 사당이 만들어졌다.
그 안에 적당히 떠다니던 나무조각을 넣어, 신체로 모셨다.
그리고 장난삼아 산딸기나 꽃 같은 걸 가져와 공물로 바치고, 신에게 소원을 비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
놀이라고는 해도, 손을 모으고 눈을 감으면 왠지 모를 신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강에서 놀고 3주 가량 지났을 무렵, 같은 반 친구놈이 고자질을 해 물놀이 하는 걸 학교에 들켰다고 한다.
부모님까지 학교에 불려가 잔뜩 혼이 났다고 한다.
게다가 여름방학 내내, 집안일을 다 도우면 학교에 나와 교장이 주는 책을 베껴쓰는 벌까지 받게 되었다.
그렇게 호된 꼴을 당했으니 강으로는 갈래야 갈 수가 없었다.
강에 가지 않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함께 벌을 받던 친구가 말했다.
[그, 우리 신 말이야... 우리가 안 온다고 화내고 있어...]
친구의 말에 따르면, 강에 가지 않기 시작한 날부터 꿈에 막대기처럼 비쩍 마른 남자가 매일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한 사투리로 말한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시치미 떼봐야 소용없어야? 퍼뜩 강으로 와라잉?]
[팔이 아깝냐, 다리가 아깝냐?]
그런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그건 틀림없이 그 사당에 사는 신이야...]
더불어 친구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고, 계속 설사를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천벌을 받는 것이라 느껴, 겁에 질려 가족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시시하다며 그저 흘려들었지만, 할머니는 [또 강에 가고 싶어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어내는구나! 이 양아치놈들!] 이라며 격노했다.
다음날 할머니는 두 사람을 데리고 강변에 가, 눈앞에서 "신의 사당"을 파괴했다.
[자, 이제 더 이상 신 따위는 없어! 물놀이 따위 다시 하기만 해봐라!]
그리고는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았다고 한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누더기를 입은 해골같은 남자였다.
얼굴에는 살이 거의 없어, 뼈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움푹 파인 눈구멍에는 눈알이 없었다.
앞으로 몸을 구부린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그 해골은 심한 사투리로 이렇게 말했다.
[애새끼를 잡아먹어갖고 오래 살아볼라 그랬구만 못해먹겠구마잉. 아무데나 몸이 흩어져버렸어야. 그래도 애새끼 한놈은 물었응게 언제든 내가 먹어버릴거여.]
말의 의미는 잘 알 수 없었지만, 말 자체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 꿈은 딱 한번 꿨을 뿐.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주변 일대는 역사적인 대기근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가 일어났던 곳이라 한다.
친구에게는 꿈의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후 친구네 가족은 가업이 망해, 집을 경매로 내놓게 되었다.
결국에는 주변에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조용히 다른 동네로 이사갔다는 것이다.
친구의 안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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