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그럼 어째서 의원내각제가 더 좋은 걸까...?
1. 제왕적 대통령제는 구시대의 산물
대통령은 공화국의 왕입니다. 대통령 선거는 왕을 뽑는 선거입니다.
주권이 왕에서 국민으로 옮겨오는 과정의 과도기적 제도입니다.
서유럽 선진국들은 현재 죄다 의원 내각제를 기본으로 합니다.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도 모든 실권은 의회의 총리에게 있습니다.
여당이 다수당일 때 대통령에게 통치권을 위임하는 형태일 뿐이죠.
그래서 여소야대가 되면 프랑스 대통령은 그냥 식물이 됩니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연방제의 특수성으로 권력을 견제받습니다.
연방대통령이 각 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합니다.
또 3부의 권력분립이 비교적 잘 이루어져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시애틀 연방지법에서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중지한 거 보셨죠?
한국 대통령은? 1만개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앉힐 인사권이 있죠.
전세계를 통틀어 유례가 없는 강력한 검찰 권력을 가지고 놉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예산 가지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대통령제 시초는 이승만이 독재하려고 만든 겁니다.
그리고 무소불위의 군사독재 때랑 달라진 것도 직선제 된 것밖에 없어요.
예전엔 체육관에서 뽑던 왕, 지금은 5년마다 투표로 뽑는 왕인 겁니다.
2. 의원내각제가 민의 반영에 더 충실하다.
일단 한 번의 선거로 입법부와 행정부를 동시에 구성하게 되므로,
입법-행정 공조가 쉬워 효율적이고 정치적 책임소재가 분명합니다.
대통령 vs 야대국회 이렇게 나뉘어서 니 탓이네 소릴 못 합니다.
나라가 개판이 되면 그것은 권력을 잡은 다수당/정부 책임이죠.
의원내각제 하에선 총리가 못해서 지지율이 바닥을 치면,
당 차원에서 총리를 내쫓고 내각을 믹서기에 갈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영국은 총리의 의회해산권을 폐지했지만...) 연립정부가 깨지거나
의회의 내각불신임을 총리가 불복해서 재선거를 치를 수도 있고요.
어쨌든 대통령제보다 중간에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수월합니다.
한국 대통령 임기는 무려 5년. 단임이라서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죠.
지지도는 겁나게 낮은데 임기는 2~3년이나 남아서 지멋대로 합니다.
그건 미국도 비슷할 수 있겠지만, 선거 주기가 한국보다 짧습니다.
다음 하원 선거가 2년 뒤입니다. 연방대통령 임기도 4년에 중임이지요.
반대로 정말 훌륭한 사람이 나와서 대통령을 아주아주 잘할 수도 있죠.
막 지지율이 70~80%는 껌으로 넘고 그러는데, 근데 길어야 5년입니다.
응. 너 잘한 걸 알겠는데 5년 지났네. 응 꺼져. 너 일 못해 응.
독일 보세요. 메르켈 총리는 3선 12년을 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인기가 많이 떨어져서 4선은 위험하다고 합니다만...
대통령제도 다선이 가능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의회와 분리된 대통령제의 특성상 다선으로 가면
필연적으로 독재/독선적 권력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3. 결론
물론 대통령제도 장점은 있죠.
고정된 임기 동안 일관된 정책 수행이 가능하다든지.
(그 덕분에 강바닥에 30조를 내버릴 수 있었죠.)
의원내각제와 달리 직선제 정통성이 보장하는
1인 리더십이기에 의사결정과정이 단축되죠.
물론 이건 독선적이라는 것과 동일한 말이기도 하지만요.
외환위기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일군 대업적들을 생각하면,
의원내각제 하에서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독선적 리더십의 시대는 갔지요.
협치와 민의를 충실히 반영할 정치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의원내각제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냥 의원내각제 하면 무조건 나쁘다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 듯해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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