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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_부제:침팬지의 회고록
게시물ID : panic_85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멜로디데이
추천 : 56
조회수 : 5551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6/01/04 2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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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천부인권, 인간은 태어나면서 부터 인간이기 때문에 권리와 존엄성을 가진다고 한다. 이걸 자연권이라고도 하지, 하지만 이건 말그대로 '이상'일 뿐,

 인간들의 생김새도 모두 다르듯 부여된 가치도 권리도 다르다. 예를 들면 금수저는 태어날 때부터 귀족의 삶을 같은 인간이여도 흙수저라면 그저그런 삶을 산다.

 그렇긴 해도, 흙수저도 인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건 많다.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같은 인간이지만 인간으로 대우 받지 못했던 '불량품'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한다. 

 불량품의 이름은 성영이였다. 딱히 모난 얼굴도 까칠한 성격도 아니였다. 그 아이가 사회에서 '불량' 판정이 난 이유는 다리가 병신이였다. 휠체어가 없으면 그 어떤 곳도 갈 수 없고 누군가의 동정을 받고 싶지 않아도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연장 할 수 없던, 그런 아이였다.

 때는, 내가 중학교 일학년 시기 아직은 소년이라기 보단 아동의 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 처음 그녀를 만났다. 작은 동네였기에 그녀는 내가 처음 만난 불량 인간이였다. 물론, 그건 나 뿐만이 아닌 우리반 전체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의 부모는 요양을 목적으로 이 곳에 왔다고 했다. 전학 온 첫 날, 그녀와 그녀의 부모님이 햄버거를 돌리며 잘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 장애를 가진 아이를 혹시나 왕따 시킬까 염려 되어 처음부터 '아부'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아부'는 첫 한 달 간은 통했다. 하지만 두 달쯤 지나자 아이들의 관심은 급격하게 사라졌고 '귀찮은 존재'가 되었다. 같이 노는 것도 도움받아야되는 인간과 선뜻 친구가 될 사람이 있었을까? 그러기를 또 한 달, 성영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그녀에게 '냄새나', '짜증나'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고, 세 달이 지나자 성영의 급식 당번을 순번대로 정하기 까지 했다. 휠체어를 탄 성영은 계단을 내려갈 수 없기에 도움을 받았어야 했는데,  왕따가 된 이후 그 누구도 같이 점심을 먹지 않자 담임이였던 사람이 특단의 조치를 취했던 것 이다.

 지금도 장애인과 관련 된 시설이 엉망인데 십오년도 전인 시골 학급의 시설은 오죽했을까? 문제는 그 특단의 조치가 성영의 왕따를 더 부추겼다. 

 어째서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어린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간단하지 않는가. 하기 싫은 일에 대해 모두 같은 마음 그리고 처음으로 타인과의 우위에 있으므로서 자신을 확인하는 시기, 그게 열 네살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열 네살은 잔인했다. 불량판정이 난 인간 앞의 완성품인 우리, 성영의 왕따가 심해 질 수록 우리들의 사춘기는 견고해졌다. 그렇다. 처음 우위에 선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이였기에 우린,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순수한 악마였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오고 가을이 된 시점, 성영은 교실에서 똥을 지렸다. 성영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전학온 첫 달을 제외하고 화장실을 가지 안았다. 아니, '못갔다.' 이 날이 다리 병신이 인간으로서 불량이라는 판정이 확고해진 날이였다.

 그 날 이후, 성영의 급식 당번은 하루 동안 화장실 당번도 겸했다. 잔인했던 열네살 그 중에도 우두머리인 혜정은 우두머리 답게 꽤나 영악했다. 가을 단풍이 만개했을때 우두머리가 불량품에게 어째서인지 은총을 베풀었다.

 은총을 베푼 그 날 모든 아이가 혜정의 지시에 따라 불량인간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리고 불량인간은 꽤나 기뻣다. 부모에게 부탁해 햄버거와 피자를 사왔고 혜정이 기뻐할 만한 물건들을 사다 '바치기' 시작했다.

 이걸 어떡게 표현하면 좋을까? 마치 칼을 든 강도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집주인의 모습과 같았다라고 하면 그림이 그려지는가?

 혜정의 은총은 이주일간 지속 되었다. 혜정은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 솔선하여 불량 인간의 활동을 도왔고, 불량인간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우린 배불리먹었다.

 우리들의 우두머리는, 처음엔 담임의 신뢰와 칭찬을 이후에는 불량인간의 부모의 신뢰를 마지막으로 불량인간의 신뢰를 얻는 것 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열 네살의 우리는 불량품보단 완성품인 혜정을 사랑했었다. 은총이 지속 된 열네 번 째 날, 불량인간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요청했다.

 똥을 지린 이후 화장실 당번이 정해졌었지만, 그녀의 다리는 움직이지 못했고, 화장실은 푸세식이였기 때문에 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이유는 화장실에 들어가 누군가 뒤에서 자신을 받혀주지 못하면 그대로 똥통에 빠지기 때문이였다. 자신을 미워하는 걸 다 아는데 똥 싸는거 까지 구경해 달라고 할 순 없지 않는가.

 하지만, 불량인간은 이번엔 믿을 만한 존재가 있기에 용기를 냈다. 혜정과 완성품 두셋이 같이 화장실을 갔다. 그리고 오분이 지나지 않아 여자 화장실은 우리 학반 남녀 모두의 집합 장소가 되었다.

 혜정은 영악했다. 믿음을 얻은 다음 그녀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 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불량품이 화장실을 요청했을 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가 똥을 싸는 타이밍에 화장실 문을 열어, 그녀를 팔을 자신의 목에 휘감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두명은 반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불량품은 찢어지는 목소리로 울었다. 처음엔 여자아이들이 한차례씩 구경하고 그 다음엔 남자들도 우수수 몰렸다. 우는 불량품은 인간으로서 실격이기에 그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그건 완성품으로서의 권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날의 우린, 그 누구도 그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다. 

 마침내 내 차례가 오자, 태어나 처음으로 여자의 보지를 구경하게 되었다. 고추가 달려야 될 자리에 두툼한 살이 있던게 신기했다. 그리고 미처 나오지 못한 똥들이 다리사이로 흘러내리자 역겨운 감정이 들었다. 불량품의 다리는 비 정상적으로 말라 있었다.

 어째서 였을까, 불량품을 다리를 본 순간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웃는 우두머리의 웃음 소리가 성영의 다리사이 흐른 똥같이 느껴졌다. 나는 혜정의 면상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화장실 안의 야유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혜정이 고함쳤다. 나는 우두머리가 더이상 소리치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팼다. 우두머리가 맞는 순간에도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왜냐면, 열 네살의 세계는 단순 했고, 강자보다 강한 강자가 나타나면 고개를 숙이는 사회에 나는 적어도 그 시간 만큼은 그 공간에서 완벽하게 군림한 강자였기 때문이다.

 십 분이 더 흘러 담임이 와서야 내 발길질은 끝났다. 하지만, 담임은 다정했지만 똑똑하지 못했다. 똥이 뭍은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그대로 불량품을 들쳐메고 병원으로 달렸다. 불량품은 하반신이 다 드러난채로 전교생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짧게 말해, 담임의 머릿속에도 성영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왜 그랬는지 추궁하는 어른들 앞에 혜정은 '성영이가 교실에서 똥을 쌋을 때, 바로 옆자리여서 화가 났었다. 그래서 그랬다.' 라고 대답했다. 불량품의 부모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길로 불량품을 데리고 동네를 떳다. 

 어른이 된 지금, 스승의 날이여서 찾아 온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 편지 한통을 받았다. 몇 년전 찾아온 성영과 그 부모가 만약 내가 찾아오거든 주라고 한 편지였다고 한다. 그 편지 안에는 '고마웠다.'라는 말과 '우리들의 열네 살을 용서한다.'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를 읽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날의 나는 이 아이를 위해 주먹을 내지른게 아니였다. 알수 없는 불쾌감을 몸으로 표현 한 것 뿐이였다. 내가 과연, '감사의 대상'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성영은 불량품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열네 살은 완성품이 아니였다. 그렇다고 불량품도 아니였다.

 그때의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실격'이였다. 그렇다. 우린 한 무리의 침팬지였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아닌, 나 또한 한마리의 침팬지였음을 회고한다.

 그리고 그 속의 성영은 침팬지 무리의 유일한 인간이 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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