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편/사진] One-way ticket(당신을 위한 시간여행 도우미)
게시물ID : panic_854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19
조회수 : 5078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1/04 18:04:43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One-way ticket(당신을 위한 시간여행 도우미)

 


01 time travel machine.png

[안녕하세요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영화 [아마게돈], [딥 임팩트]를 기억하시나요? NASA에서는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해 지구 곁을 지나는 거대한 운석 더미들을 상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구축했다고 하네요물론 3,000제곱미터 이상의 거대한 운석 또는 혜성만을 관측합니다만 그 이하의 운석들은 보통 대기권에 들어오는 순간 녹아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별똥별이나 운석이 돈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우주에서 날아드는 작은 암석덩어리인 운석은 보통 대기권에 들어오는 순간 다 타버리지만종종 타지 않고 지면에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하네요이 운석들은 우리가 우주를 관찰하는데 있어 소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는데요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운석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하는 전문 수집가들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정말 신기한 직업이죠이상 세계 속 이모저모였습니다.]

 

[안녕하세요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다음 주로 예견된 대형 우주쇼 소식입니다이번 우주 쇼는 수억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 저 너머에서 날아온 운석더미들이 지구를 스쳐지나갈 예정인데요유성의 일부는 지구 대기권을 뚫고 날아들기 때문에 더 대단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오늘 밤우주쇼 놓치지 마시구요더불어 타다 남은 유성을 발견하셔서 대박의 꿈까지 이루시는 즐거운 밤 되시길빌어볼게요세계 속 이모저모였습니다.]

 

2016년의 어느 날 아주 먼 과거로부터의 여행자이자 먼 우주를 여행해온 운석더미들과 최초로 조우한 이는 텍사스 네바다 의 운석 전문 수집가 블라디미르 페드로파와 그의 동료 잭 애드먼드막심 아지즈레이 창이었다.

-*****************************************

실업률은 매해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독한 환경오염은 치명적인 질병을 계속 생산해 냅니다.

총체적인 난국에도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언제까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이 시대에 억눌린 채 살아갈 생각입니까?

우리는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시간여행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현실 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그 능력을 펼쳐볼 기회가 없었던 수많은 분들!

불치의 병을 앓고 있지만 당장 치료법이 없거나 막대한 치료비로 인해 고통 받아온 분들!

답답한 이 세상을 떠나 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픈 도전정신의 소유자까지!

이미 수많은 분들이 우리와 함께 미래로 떠났습니다.

자 이젠 당신의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우리의 티켓을 끊으세요.

그리고 반짝이는 미래에서 당신의 새 인생을 설계하십시오!

- 시간여행 주식회사 One-way!

이 광고는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선도하는 기업 U.B.R.L사 그리고 (가칭)시간여행 사무국이 함께합니다.

 

 

광고를 본 A의 심장이 아주 약간 두근거렸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A에게 있어 그 광고 카피는 꽤나 매혹적이었다.

난치성 질병으로 유년시절부터 고통받아온 A였지만, 단순히 병 때문에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꿈꾸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컸다. 실업률은 그야말로 최악의 수준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아버지의 연금마저 최근 끊겨버리고 말았다.

 

 

노오오력이 부족해 노오오력이 우리는 지금보다 풍요롭지 못했지만 잘 해냈지, 하지만 너희 세대는 그저 도망치려고만 해!”

 

 

A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자신의 연금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였다. 더 불행한 것은 전체 인구의 대다수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노령화되었고 또한 그들 다수가 개선의 의지가 없는 정부를 옹호했다.

선거는 무의미했다.

딱히 A가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현 세대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더 나아가고, 더 올라가려해도 기존 세대의 낡은 생각과 체제가 발목을 잡았다.

 

 

시간여행... 타임머신인가? 그래! 미래로 가자. 더 이상 현재는 매력이 없어!”

 

 

A는 그렇게 아버지에게 짧은 편지 하나만을 남긴 채 모아둔 돈을 가지고 광고속의 회사를 찾았다.

 

One-Way[당신의 시간여행 도우미 :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세요!]

 

광고 속에서 본 간판이 A를 맞았다. A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엇이든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첫 발은 심장을 뛰게 만든다.

 

 

서류는 다 작성하셨나요?”

? ...”

 

 

우스운 이야기지만 A는 어느새 약간 주눅이 들어 있었다. 호기롭게 들어왔지만, 아무래도 두려운 모양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타임머신, 시간여행, 먼 은하계로부터의 외계인 같은 S/F소설을 즐겨 읽어왔던 그였지만, 그 실제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조금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아직 최종 동의서 란에 사인을 안 하셨네요?”

? ... ... 그게...”

 

 

A의 앞에 마주앉은 시간 여행회사 One-Way의 상담 여직원 B는 딱히 친절한 편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가 그녀에게 지급하는 주급이 매우 작았기 때문도 있었지만, 그녀 자체의 성향도 한 몫을 했다. 그녀의 머릿속엔 [그깟 걸로 벌벌 떨면서 주저 할 거면 당장 꺼져, 이 얼간이 선택장애자야]란 말이 뱅뱅 맴돌았지만 내뱉진 않았다.

왜냐하면 일주일 전부터 B의 상관이 그녀의 근로 계약서에 모집 건당 인센티브 조항을 삽입했기 때문이었다.

 

 

이봐요 A! 당신은 참 괜찮은 남자 같아요!”

 

 

B가 그녀답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이 긴장한 A의 어깨를 위로하듯 쓰다듬는다. A는 여성이 자신을 몸을 매만지는 것이 어색한 듯 얼굴 가득 홍조를 띄웠다. 어깨도 따라 수줍게 움츠러들었다.

 

 

말해 봐요! 뭐가 당신을 그렇게 두렵게 하나요? 내가 상담해 줄게요.”

... 그게...”

 

 

A는 이미 자신을 바라보는 B의 그윽한 눈빛에 깊이 매혹되어 있었다. 사실 그것은 어떤 감정적 교류가 아닌 피식자를 유혹하는 포식자의 유혹행위에 불과했지만, A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듯 했다.

 

 

...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나요? 가고 싶은 연대를 적는 란에 현재 이전은 없어서요.”

당신은 참 맑은 눈동자를 가졌네요. 좋아요 그런 투명한 눈빛에 거짓말을 할 순 없죠. 솔직히 말할게요. 이 회사는 당신을 과거로 돌려보내주지 못해요. 여긴 오직 당신을 미래로만 보낼 수 있죠. 회사 이름이 왜 One-way일지 생각해 본 적이 없나 봐요? 왕복은 없어요. 오직 미래로 가는 편도 티켓만이 있을 뿐이죠.”

... ... 그래서군요. 하긴 전에 읽은 과학 칼럼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사실상 어렵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 그쵸. 과거로 돌아가는 게 가능하면 모..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잘 알고 있군요. 그래요. 타임 패러독스라던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존재해서 과거로의 회귀는 어려워요. 오직 미래만 가능하죠. 하지만 뭐 어때요! 당신이 시간여행을 하려는 이유는 결국 현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아닌가요? 그렇다면 미래는 꽤 매력적일 거 같은데요? 과거는 너무 구닥다리 같잖아요. 어때요? 당신이라면 미래에서도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B의 손길이 A의 손을 어루만진다. 꼴깍하는 소리와 함께 침을 삼키는 A, 그 모습을 본 B는 미소 지었다. 그녀는 수개월간의 경험을 통해 그것이 [거의 다 되었다]라는 신호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재빨리 자리를 A의 옆으로 옮겼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A의 팔꿈치에 닿는다.

 

pds_546505_1438132698.73279.gif

 ... 사인해요. 제가 당신을 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미래로 인도할게요.”

 

 

B의 붉은 입술이 달싹인다. A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펜을 들었다. 달콤한 목소리가 그의 이성을 녹여버린 듯 했다. B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머릿속엔 새로 추가 된 인센티브제가 그녀에게 가져다 줄 금전적 가치가 계산됐다.

하지만 그건 A를 너무 우습게 본 B의 오만이었다.

A는 그녀의 생각보다 수줍고 겁이 많았다.

 

 

.. 아프거나 하진 않나요?”

하아아아... 조금 따끔하긴 하겠지만 못 견딜 정도거나 그러진 않을 거예요

그렇죠? 타임머신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지만, 주인공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거의 못 봤거든요. 하하 전 그저 혹시 중력이나 뭐 그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거나 아프진 않을까 싶어서

전혀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요.”

근데 쪼금 따끔하다는 건 어느 정도나...”

조금... 아주 조금이에요...”

아 그렇군요. 그래도 수치로 계량한다면 죽음이 10이면 어느 정도나 될까요?”

 

 

B의 이빨이 입술을 잘근 깨문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나오는 그녀만의 버릇이었다.

 

 

제가 장담하지만 절대... 절대로 죽음과 비견될 만한 고통의 수치가 아니에요. 뭐랄까? 그냥 살짝 물리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예요 그러니 고통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A. 날 믿어요! ?”

 

 

B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다. 약간의 짜증이 밀려 온 듯 했다. 하지만 A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무언가 아주 쓸모없고, 무의미한 질문을 몇 가지 더 늘어놓았다. 그것은 굉장히 쓸모없다는 치명적 단점을 제외하면 꽤나 창의적인 질문이었지만, 그 창의성이 B의 기분을 즐겁게 하진 못했다.

B는 이를 악물었다. 또한 무언가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런 부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심각한 선택장애]

 

 

현 시대를 등지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여행자(사실상의 도망자)들 중 많진 않지만 종종 그런 부류가 있었다. 그들이 가진 불만은 대게 그런 선택장애 또는 주저함에서 기인한 바가 컸다.

유년 시절, 학습을 하지 않으면 어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주저주저하며 시간만 보냈고,

청년기 이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자신의 건강이 어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다.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목표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결국 말 뿐, 그것을 위한 행동이나 노력은 머뭇거린다. 그리고 최종적인 선택은 결국 그 자신에게 가장 달고 편안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으로 귀결된다.

대부분의 그들은 자신의 인생이 형편없는 이유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시스템을 들지만, 사실 더 크고 더 많은 파이가 제공된다 해도 그들의 자리는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사실상 그들이 비난하는 사회의 구조와 문제적 시스템마저 없다면 가장 먼저 도태될 생태계 먹이사슬의 최하위 인자였다.

입은 놀리지만 행동은 하지 않는 가장 무기력한 비겁자...

 

 

잘 들어요. A! 우리의 방식은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은 가장 안전한 방식이에요. 알죠?”

... 그게... 요즘 정부기관 놈들 하는 일이 딱히 믿음직스럽지가...”

... 그럼 이건 어때요? A! 과학칼럼 많이 읽는다고 했죠? 항성 간 우주여행... 들어봤죠?”

! 그거야 알죠. 최근 급증한 그 은하계간 우주여행 말인가요?”

네 맞아요! 우리 회사는 그 항성 간 우주여행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생각해봐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곤 하지만 거대한 은하계를 가로질러 먼 우주로 떠난다는 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이젠 가능해요. 모두다 우리 회사의 기술력 때문이죠. 어제도 서른 개도 넘는 캡슐이 우주로 쏘아 올려 졌어요. 그들은 진짜 모험가예요. 다른 은하계로 떠났죠. 물과 공기가 존재하는, 그래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아주 먼 항성들로! 그들이 그 영구히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낼까요? 다 우리의 기술력덕분이에요!”

! 그렇군요. ㅇㅇㅇㅇ의 과학칼럼에서 읽었어요.”

맞아요 그 잡지는 꽤 공신력 있는 과학 잡지죠. 발행부수도 상당하구요. 그 점은 A가 더 잘 알고 있죠?”

. 맞아요. 그 잡지의 칼럼은 믿을 수 있죠. 권위 있는 잡지예요.”

 

 

A와 같은 자들은 늘 주저했다. 그런 이들에게 어떤 권위를 이용한 설득기법은 상당히 효과적인 기법이었다. 실상 그것은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심리적 안전장치를 원하는 이들에겐 좋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자 이제 사인을...”

 

 

BA를 향해 동의서를 내밀었고, A는 결국 사인을 끝마쳤다.

 

 

역시 남자답군요 A”

 

 

BA를 향해 웃어보였다. 다만 이번엔 거짓이 없었다. 후련하고 홀가분함이 그녀를 웃게 했다.

AB를 향해 웃어보였다. 다만 약간의 기대감이 남았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남자는 약간의 호감에도 쉽게 웃는다.

 

 

! 그럼 따라오세요. 이제 정말로 시간여행을 떠날 시간이에요!”

! B...”

 

 

A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미래를 향한 편도열차 티켓이 마련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갑작스레 생겨난 B를 향한 감정 탓일까?

뭐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A는 서둘러 그를 미래로 보내고자 하는 B의 손에 붙잡혀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 따듯한 손이다. ... 이대로 영원히...]

[땀 때문에 찝찝하네! 젠장!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나서 다행이야!]

 

두 가지 상충된 마음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채운다.

아무렴 어떤가? 두 명 모두 기분은 좋아보였다.

지하로 내려가자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복도가 나타났다. B는 그 끝에 있는 한 방으로 A를 인도했다.

온통 하얀 복도 끝의 온통 하얀 방 안에는 덩치 좋은 두 명의 사내가 A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고 커다란 상자도 하나 있었다. 두명의 사내는 B가 가져온 동의서와 서명을 확인 한 후 A를 투명한 캡슐장치에 넣고 묶었다.

 

 

... 왜 묶는 거죠?”

아 걱정 말아요 A, 일련의 안전장치랄까요? 의례적인 일이니 걱정하지 말아요. 약간 따끔할 뿐이니까!”

... ... 그렇군요.”

 

A는 투명한 캡슐장치 안에 묶인 채, 부산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B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어서 괜찮은 척 했지만 그는 꽤 겁이 난 상태였다.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B,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이 원한다면 난 미래로 떠나지 않겠어요. B!]와 같은 낯 뜨거운 말들을 떠올렸지만, 팔 다리가 묶인 후부터는 조금씩 불안해지더니, 지금은 머리카락이 쭈뼛쭈뼛하게 곤두서는 듯 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다운로드.jpg

... 타임머신은 어디 있죠?”

?”

타임머신 말이에요! 나를 미래로 데려다 줄 타임머신

타임... 머신이요?”

 

 

B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당황한 표정은 아니었다. 뭐랄까? 몇 번이고 겪어보았지만, 어쩐지 적응되지 않는다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그렇잖아요. 미래로 가려면 타임머신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헌데 여긴 그냥 방이잖아요. 하얀 방! 있는 거라곤 그저... 그래요 그저 저 커다랗고 시커먼 상자뿐이잖아요!”

저희 광고나 제 설명 중에 기계라던가, 타임머신이라던가 하는 설명이 있었던가요?”

그런 건 없었지만, 시간여행이라면 당연히 타임머신이!”

있잖아요. A! 그런 건 없어요. 우리 회사는 시공간과 관련된 테크놀러지를 연구하는 회사가 아니에요

 

 

A는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시간여행 회사에 타임머신이 없다니!

그런 A를 보며 B가 조용히 대답했다.

 

 

우리 회사는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연구하는 회사예요. 허가도 보건 당국을 통해 받았죠. 당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에요.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니 안심해도 됩니다. 당신을 반드시 당신이 지정한 미래로 모셔다 드릴테니까요!”

... 그럼... 설마 냉동인간이 되는 건가요? 그렇구나! 그래서 과거로는 갈 수 없다고 했구나! 그쵸? 맞죠!”

 

 

A의 얼굴이 해답을 찾아낸 듯 반짝인다. 그의 머릿속은 아주 오래전 읽은 과학 칼럼을 되짚고 있었다. 몸 안의 혈액을 제거하고 급속 냉동이 가능한 질소 등을 주입해 순식간에 얼려 버린다. 그리고 아주 먼 훗날에 다시 녹이는 것이다. 실제로 불치병에 걸려 죽을 운명을 가진 사람들 몇이 그런 식으로 냉동 보관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괴담도 들은 적이 있었다.

 

 

젠장... 따끔하다는 건 역시 주사기를 통해 내 몸 안의 혈액을 빼기 때문이었군요! 그렇죠? 역시 내 추리력은 대단해! 너무 예리해서 나도 놀랄 정도라니까! 하하하

 

 

A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이미 하얗게 질린 얼굴 탓에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억지웃음임을 알 수 있었다.

 

 

이봐요 A, 그렇게 센 척 할 필요 없어요. 무슨 말인지 알아요? 바지에 오줌이나 지리지 말라구요!”

... 무슨 소리죠? 내 예상이 틀렸나요?”

비슷하지만 조금 달라요

그게 무... 무슨...!!”

 

 

A가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건장한 남자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사내들은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방 한 구석에 놓여 있던 검은색 상자를 열기 위해 다가갔다.

 

 

... 아까 은하계를 넘나드는 아주 긴 우주여행에도 우리 회사의 기술이 이용된다고 했었죠? 기억해요?”

... ... ... 기억합니다.”

 

 

A가 미소 지었고, 등 뒤의 두 건장한 사내는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

 

 

... 생각해 봐요. 은하계를 가로지르는 그 긴 시간동안 냉동시설을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까요?”

... 그건... ...태양열 에너지로

! 우주여행 캡슐은 관성의 힘으로 나아가요. 굉장히 느리단 말예요. 그러다가 혹 거대한 행성의 그림자에 갇힐 땐 어떻게 발전을 하죠?”

... 그거야

그리고 만약 그 긴 여행 중에 냉동 설비가 고장이 나면요?”

... 그렇긴 하지만

회사는 참혹한 실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죠. 이제 곧 만나게 될 거예요. 이 회사가 찾은 가능성, 참고로 곧 봉인 될 이 캡슐은 굉장히 단단해서 웬만한 충격으로는 부서지지 않아요. 거의 반영구적이죠.”

가능성? 그게 무슨 말이죠? 뭐냐구요. ?”

징징거리지 말아요! 곧 만날 테니.”

 "마... 만나다니 뭐! 뭘???"

 

B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건장한 두 명의 남자에 의해 검은색의 박스가 열렸다.

 

 

으아아악!!!”

으아아악!!!”

으아아악!!!”

 

 

A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의 시간여행 도우미 one-way 본사

  

연구실 한 쪽 끝의 복도, 직원 CD가 따듯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해도 너무한 거 아냐?”

뭐가?”

시간여행이니 뭐니 하고 사기 치는 거

그게 왜 사기야. 사실이긴 하잖아. 짜잔! 하고 미래에 눈을 뜨게 될 테니...”

그래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타임머신이라도 개발한 줄 알 텐데!”

뭐 과정보다는 결과! 이게 새 CEO의 방침이니 어쩔 수 있나!”

젠장! 시간여행이라고 해 놓곤, 사실상 그걸... 어휴... ...”

! 그게 어때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인원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 더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 나도 회사나 하나 차리게 하하핫!”

.

.

  


그래도 멀쩡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건... ...”




neil-degrasse-tyson-scientifically-disproves-the-walking-dead-324441.jpg


 

C의 말에 D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어때? 원래대로 돌려놓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실험에도 이미 성공했고!”

우린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성공 했다곤 해도 표본이 많은 편도 아니었고

뭐 어때, 이 편법 시간여행의 최소 기한은 천년이니까 천년 뒤엔 뭔들 못 고치겠어? 좀비 바이러스가 다소 변이 된다고 해도 그땐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또 아니라도 천년 뒤, 그땐 이미 우리하곤 상관없잖아?”

쳇 보건 당국엔 냉동한다고 해놓고. 유지관리비 아끼자고 이런 편법 쓰는 거 누가 알기라도 하면...”

! 누가 알아! 일급기밀인데, 양심선언이니 뭐니 해도 이 나라에선 명예훼손죄로 입건될 걸? 어차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으니 회사는 그냥 푼돈이나 쥐어주면 돼. 아님 폐업처리 해 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 우리는 그냥 주는 돈이나 받으면 된다고!”

 

 

유유자적한 C와 달리 D는 여전히 불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걱정하는 다른 부분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는 좀비들만이 아니야.”

또 뭔데?”

항성 간 여행이니 은하계 횡단이니 뭐니 하며 타 은하계로 쏘아 보낸 우주여행 캡슐 말이야! 그건 다 어떻게 되는 거야?”

뭐 캡슐이 고장 나거나 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도착해서 정상적으로 다시 본모습을 찾겠지! 그렇게 설계되어 있잖아

만약 그 과정에서 고장이 난다면? 자외선 차단 설비가 고장나서 좀비는 살고, 좀비에게 투여 될 항체만 무용지물이 된다면?”

... 아무렴 어때? 거긴 수천광년 너머의 세상인데. 우린 아무 관계없잖아!”

우리가 대다수의 캡슐을 쏘아 보낸 그 제 7 은하계의 푸른색 행성 말이야...”

어디? ... 그 중심에 거대한 태양이 있고, 세 번째 쯤에 위치한 그 행성 말인가?”


응 달이 일곱 개인 여기랑 달리 달이 하나밖에 없는 거기 말야.”


“갑자기 거긴 왜?”

거긴 정말로 지적 생명체는 하나도 없는 거지?”

뭐 현재로서긴 하지만 기온이 적당히 높고 생성연대가 낮으니, 머리 비고, 덩치만 큰 파충류들 밖에 없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학설이잖아. 뭐 캡슐이 도착할 수억년 뒤엔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별에 우리 같은 포유류가 생겨날 확률은 극히 드물겠지?”

그래 빙하기라도 찾아오지 않는 한 포유류는 그다지 번성하기 힘들 거고, 그 것들이 지능을 가질 확률 또한 낮아! 우리 그러니 걱정 좀 그만해! 우리 제발 먼 미래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하진 말자! ? D!

 

 

 

 

*****************************

 

[안녕하세요! 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 영화 [아마게돈], [딥 임팩트]를 기억하시나요? NASA에서는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해 지구 곁을 지나는 거대한 운석 더미들을 상시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구축했다고 하네요. 물론 3,000제곱미터 이상의 거대한 운석 또는 혜성만을 관측합니다만 그 이하의 운석들은 보통 대기권에 들어오는 순간 녹아버리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이제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 별똥별이나 운석이 돈이 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주에서 날아드는 작은 암석덩어리인 운석은 보통 대기권에 들어오는 순간 다 타버리지만, 종종 타지 않고 지면에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고 하네요. 이 운석들은 우리가 우주를 관찰하는데 있어 소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고 하는데요? 미국과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운석들을 찾아다니며 수집하는 전문 수집가들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정말 신기한 직업이죠? 이상 세계 속 이모저모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세계 속 이모저모입니다. 다음 주로 예견된 대형 우주쇼 소식입니다. 이번 우주 쇼는 수억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 저 너머에서 날아온 운석더미들이 지구를 스쳐지나갈 예정인데요. 유성의 일부는 지구 대기권을 뚫고 날아들기 때문에 더 대단한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오늘 밤! 우주쇼 놓치지 마시구요. 더불어 타다 남은 유성을 발견하셔서 대박의 꿈까지 이루시는 즐거운 밤 되시길, 빌어볼게요! 세계 속 이모저모였습니다.]

 

 

그날 밤,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에 위치한 제7은하계의 푸른 별 지구엔

정확히 일백서른일곱 개의 캡슐이 정확히 안착했다.

 

그리고 아주 먼 과거로부터의 여행자이자 먼 우주를 여행해온 외계인들과 최초로 조우한 이는 텍사스의 운석 전문 수집가 블라디미르 페드로파와 그의 동료 잭 애드먼드, 막심 아지즈, 레이 창이었다.

이후 미처 타지못한 운석 더미들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p.s 과거발 현재행 편도열차가 지금 막 도착하였습니다. 환불 및 하차는 불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obama_zombie2_1.jpg

꼬릿말을 참고하시면 작성자의 다른 글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출처 나의 뇌하수체속 어딘가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