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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패배자의 일기.txt
게시물ID : gomin_1167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가
추천 : 2
조회수 : 47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01 20: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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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결심하고 웹서핑을 하던 중,
이직을 고려 중인 사람, 그리고 이직 한 사람들의 글만 보았지
사직 한 후로부터 이직 까지의 기간에 속한 글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 글이 이직을 고려 중인 어느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읽은 나와 같은 경험 중인, 경험을 겪은 분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조심스레 올려본다.



회사 생활 중의 나의 모습

나는 답정너가 되어버렸다.
나 이러이러하게, 이만큼 힘들어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단한 것들을 털어놓는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 힘들구나, 힘내, 어떻게 다녀?, 그만둬 따위의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나 자신이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남 탓으로 돌려버리려고 한 것이다.
이런 내 안의 마음 조차도 역겨웠다.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을 저렇게 적은 것도 답정너짓이다 역겹게도.


사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

모든 일이 힘에 부쳐서였다고 할 수 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내게 귀를 기울여주었고 그들의 최선으로 나를 격려해주었다.
이는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힘이 나지 않았다.
처음엔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같은 '탓'을 참 많이 했었다.
그치만 이 마저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자기혐오와 후회, 증오심 따위의 생각만 들게 되었다.
나는 왜 이 회사에 입사 하였는가?
이 것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경솔한 선택을 한 내 탓이었다.
그는 왜 내게 그런 행동을 하였는가?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었다.
나는 왜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 것인가?
내가 일을 못하기 때문이었다.
다 내 잘못이었다.
이 시기 동안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흘려온 눈물보다도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이에요 밖에 할 말이 없었다.
심신이 많이 닳아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직하기 까지 많은 이들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입사를 경솔하게 했기 때문에 지금 내가 고난을 겪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몰릴 수록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족, 친구들, 친척들, 교수님들, 직장의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한 목소리로 나를 말렸다.
결정은 니가 하는 건데, 네가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라고.
하지만 사실 그 어떤 얘기도 귀에 잘 안들어왔다.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어찌보면 형식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이만큼이나 사직을 고려중이고 나는 이만큼 노력했으니 됐지?
하는 공공연한 답정너짓이었다.
그리고
내 자신이 생각하기 싫을때, 어려울때에
말 함으로써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의 용도로서 사용했던 것 같다.


사직하는 방법

먼저 직속 선배에게 상담을 받는다.
그 다음 부서 담당자와 면담을 한다.
그 다음 인사 담당자와 면담을 한다.(직종 별로 상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직 과정 중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동료들의 증오어린 눈빛을 한 몸에 받아내고
애사심 충만한 인사 담당자님께 자존심도 깎여 보았다.
특히 이 글의 제목도 그 분께서 달아주신 것이나 다름 없다.
회사가 당신을 간택해 주었는 데,
이렇게 사직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냐며
사직하여 패배자의 인생을 살겠느냐는 등의 그런 말들을
미소어린 얼굴로 말했다.
이 과정 또한 차가운 사회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아 내가 정말 사회인이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직서도 바로 쓸 수 없었다.
이틀을 더 일하도록 강요 받았다.
사직서 쓰는 과정도 더러웠다.
정말 사직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이 들면서 사직 자주 하기도 힘들겠다 싶었다.
왜 요새 사람들이 말도 안하고 회사 안나오고 하는지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사직 후

사실 죄송해서 쓰는 과정 중에도 눈물 몇 방울 짰다.
짰다는 표현이 정말 정확하게도 형식적인 것이었다.
다 쓰고 나오는 길에는, 그냥 허탈했다.
가벼운 해방감과 엄청난 공허함이 밀려왔다.
집에 오자마자 집에 있던 내 공부 책과 서류들을 다 버리고 대청소를 했다.

사직 다음 날,
청소와 요리를 하고 부모님과 가벼운 외출을 하였다.
나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살 거였으면 왜 그렇게 어렵게 공부를 했을까
단순히 남들 다니는 대학생활 나도 영유해보자고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어야 했나
다 부질없는 짓은 아니었을까
나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싶었다.
내가 너무 작아지고 우울해졌다.
놀랍게도
나 그만두면 의절할 것 같던 부모님도, 친척들도
그 누구하나 내 탓하지 않았다.
욕하는 이가 없는 것이 더 맘이 안좋았다.
사직 하면 당장에 동기화되어
다음 직장도 열심히 찾아보고 새사람으로 태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회사 다니기 전의 백수같던 생활로 회귀한 것 뿐이 아니었다.
그 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사회 새내기가 아니라
조각경력을 가진 경력직도 뭣도 아닌 패배자라는 점이었다.

뭔가 공부를 해볼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예전처럼 게임을 해볼까, 그러면 정말 패배자, '루저'가 될 것 같았다.
직종을 아예 바꾸고 싶다 몽상도 했지만
이또한 내가 그들의 좋은 점만 보고 경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내 직종도 남이 볼땐 전문직이라고 대우해주지 않냐고 소리들을 하는 직종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속상하다.
내 인생은 남이 왈가왈부하는대로 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나도 다르지만 않구나 싶었다.

사직만 하면 더 이상 우울할 일 없을거야 생각 했었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들었다.

행복해 지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매일 웹서핑에만 몰두하게 된다.
카우치 포테이토가 되는 일이 머지 않아 보인다.

너무 우울하다.
사직 전에 꿈꾸던 오아시스는 저 멀리 먼 발치로 또 옮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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