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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청춘에도 있었다
게시물ID : lovestory_853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9 17:30:2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Ena7aWxwMzM




1.jpg

장혜원허공에도 각()이 있다

 

 

 

딸각딸각 껌을 씹다가

입안에 있던 소리를 꺼내본다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소리를

널따랗게 펴서 또르르 말아 당기니

허공이 와 부딪힌다

소리가 난다는 것은 허공이 깨진다는 것이지

스스로의 각에 걸려 넘어진다는 것이지

소리도 급할 땐 허공에 흠집을 내지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

동글동글하기만 하다면 허공은

소리에 걸려도 넘어지지 않지

넘어져도 울지 않지

물이 있어 가끔은 젖은 소리를 내지

허공이 시시각각 접힐 때마다

내 몸 모서리에서도 물소리가 나지







2.jpg

정희성바닷가 벤치

 

 

 

마음이 만약 쓸쓸함을 구한다면

기차 타고 정동진에 가보라

젊어 한때 너도 시인이었지

출렁이는 바다와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

그 위를 떠가는 흰 구름

그리고 바닷가 모래 위 작은 벤치에는

너보다 먼저 온 외로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3.jpg

김선태장대비

 

 

 

때로는 비가 세상을 후려치듯 내릴 때가 있다장대비다

이런 날은 지상의 만물들이 엄한 비의 회초리로 매를 맞는다

이런 날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까불대던 나무 이파리마저 미동도 없다

이런 날은 밖에 나가 종아리를 걷어 올리고 두 손을 높이 든 채 벌서고 싶다

하여저 줄기찬 질타와 참회가 그치면

세상의 죄란 죄들이 죄다 말갛게 씻겨 내려가겠다

다시 태어나겠다







4.jpg

허형만목숨

 

 

 

덕유산 국립공원 숲에서

수백 갈래로 찢겨진 갑옷을 입고

야생의 혓바닥으로

저 높은 하늘을 핥고 있는

굴참나무 한 그루

목숨이란 처절한 것이다

사람들은 굴참나무 아래를

무심하게 지나가고

어디서 오셨는지 다람쥐 한 마리

눈망울 반짝이며 꼬리는 꼿꼿이

검투사처럼 날렵하게 굴참나무를 오른다

이만한 풍경에도 감동하는 나이

처절한 목숨보다 더 처절한 건

갑옷 한 벌 갖추지 못한

나의 시정신이다







5.jpg

엄원태파문

 

 

 

운부암 아래 물엉덩이에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허공에 걸쳐진 소나무에 쌓인 봄눈이 녹아떨어지며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수면에

와인잔 연주나 오르골 소리처럼 동그란 파문들을 탄주한다

 

저토록 영롱한 두드림은 일찍이 내 청춘에도 있었다

 

지금 이토록 생생하게

그 심금(心琴)의 공명(共鳴)을 기억한다

 

내 이마는 미미하게 번져 오던 그 촉감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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