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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 에세이] 어버이날의 후회
게시물ID : lovestory_853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희두
추천 : 1
조회수 : 4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9 00: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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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은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그동안 저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이를 표현하는 날이지요.

여러분들은 다들 부모님께 감사 표현 잘 하셨나요?


오늘 오전, 출근길에 보니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어버이날 문구'였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지요.


'과연 저런 문구를 복사+붙여 넣기 한다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실까?'


부모님께 어떤 식으로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알지 못하는,

그만큼 평소에 우리가 부모님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1년에 단 하루 있는 오늘 같은 날,

어딘가에서 퍼온 문자 한 통과 꽃 한 송이 달아드리면서 선물 하나 전해드린다고 어버이의 은혜를 제대로 갚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저도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똑같았습니다.

부모님께 카톡 하나 달랑 보내 놓고 인터넷에 '어버이날 선물'을 검색해서 나름 핫하다는 선물 해드리고는 혼자 흐뭇해했지요. 당연히 부모님께선 "고맙다"라고 말씀해주셨고, 이를 보며 스스로 엄청난 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어딘가 낯익은 장면이지요?


하지만 올해의 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처음 보내는 어버이날이라 그런 걸까요.

그동안 말로만 사랑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던 지난날의 저의 모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엄청난 후회와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왜 아버지께서 제 곁을 떠나시고 나서야 이런 기분을 느낀 걸까요. 아무리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정말 한심한 거 같습니다.


평소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하시고 글로 사람들을 위로해주며 사람 만나는 걸 무척 좋아하셨던 아버지.

어릴 적 그런 아버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제가 지금은 아버지처럼 살아가고 있는 걸 보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아들 녀석이 요새 글을 쓴다고 하네. 나한테는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껄껄"


왠지 주위 사람들을 만나실 때 이런 말씀을 하셨을 거 같네요. 무척 흐뭇한 표정을 하신 채로 말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앞으로 이런 아버지의 너털웃음을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사랑의 표현도, 감사의 표현도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굳은살이 박힌 손과 딱딱해진 어깨조차 주물러드릴 수도 없구요. 그저 야속하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을 원망하며, 표현에 서툴렀던 과거의 저를 뉘우치는 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후회하더라도 흘러간 시간이 다시는 되돌아오지도 않을뿐더러,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살아 돌아오시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아버지를 평생 기억하는 수밖에 없지요. 자연스레 몇 달 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잊히는 순간 영혼도 같이 소멸되는 운명. 그렇기에 항상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살아가라는 교훈을 전해주는 그런 슬픈 영화.


결국 이를 통해서도 제가 느낄 수 있는 건, 

오래오래 사랑하는 아버지를 기억하고 홀로 남겨진 어머니께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가슴이 미여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러분들은 전혀 늦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형식적인 딱딱한 문자나 카톡보다는 서툴지라도 목소리를 직접 들려드릴 수 있는 전화 한 통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요. 어쩌면 부모님께서도 딱딱한 고가의 선물보다, 사랑이 담긴 부드러운 자식의 목소리를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바로 부모님께 사랑이 담긴 전화를 걸어보세요.


사랑하는 아버지, 항상 따스함을 유지하셨던 아버지, 오늘날의 저를 만들어주신 스승이자 하나뿐인 아버지, 고맙습니다.  여전히 '아버지'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시울이 붉어지고 뭉클해지지만 더 이상은 울지 않겠습니다. 굿나잇 키스도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어령 선생님께서 세상을 먼저 떠난 딸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말이죠.


밤이 없는 빛의 천국,

아버지께서도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하늘의 신랑이 되셨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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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답장 없는 감사의 편지


한 줌의 흙이 되어 멀리멀리 떠나신 아버지에게.


마지막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홀로 남겨질 어머니 때문에 도저히 못 떠나시겠다던 아버지.

평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탓에 억지로 잊고 바쁘게만 살아가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만큼 너무나 그립고 항상 보고 싶습니다.


거기선 잘 지내시죠? 새로운 사람들과 여전히 다도를 즐기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계시죠?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매일 제 글을 읽고 조언을 해주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큽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마세요. 다행히 아버지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는 아주 소중한 친구가 한 명 있어요. 정말 다행이죠? 마지막까지 아버지께서 말씀해주셨던 대로 살아생전 아버지께 못다 한 사랑, 어머니께 배로 갚겠습니다. 하늘에서는 부디 건강히 잘 지내고 계세요. 나중에 만나요!


아버지를 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철없는 아들 올림.



여러분들은 부모님 살아계실 적에 잘 하세요.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요.

집에 돌아가서 투정이라도 실컷 부릴 수 있는 그런 부모님께서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도 여러분들처럼 부모님께서 평생 계실 줄 알았던 사람이거든요. 


제 곁에 영원히, 

평생을 그 자리에.

출처 http://brunch.co.kr/@youthhd/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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