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킨라빈스에서 알바하는 내 친구놈이 말하길,
 
자기는 녹차맛 아이스크림이 치가 떨리도록 싫다 그런다.  

왜 싫은가 하면 그 녹차맛 아이스크림 이라는 놈을 자기 매장에서도 팔고 있는데 (베스킨 라빈스 전 매장에서 팝니다.)  

유독 그 아이스크림만 퍼내기 힘들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난 '힘들어 봤자 아이스크림인데 고까짓거 푸는게 얼마나 힘들다고, 할튼 엄살은 심해가지고...' 라고 대충 생각했다. 

그냥 과장인줄만 알았다. 


어느 날엔가, 

동기들과 술 한잔 거하게 빨고 마침 근처에 그 친구(베스킨라빈스 알바)놈이 일하는 매장이 있어 그곳에 들렸다.  

들르니 카운터에 그놈혼자 달랑 서 있었다.  

야간이라 그랬나보다. 


아무튼, 동기놈들이랑 대충 자릴 골라 앉고 난 주문을 하러 녀석 앞으로 갔다. 

버라이어티 팩이었던가? 대충 그런 이름으로 6개의 아이스크림 컵을 주는 세트가 있었다.  

마침 일행이 여섯이라 그런지 친구놈이 그걸 추천했더랬다.  

그걸로 달라그러자, 이번엔 친구놈이 어떤 맛으로 줄지 물어봤다. 

나는 똑같이 동기놈들에게 어떤 맛으로 줄까 물어봤다. 

쿨한 동기놈들이 알아서 시키랜다. 

그런 이유로 대충 내가 보고 맛있을 것 같은 거로 대충 고르려 했다.  

헌데, 그때 마침 내 눈에 딱 걸린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녹차맛 아이스크림.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6개 전부를 녹차맛으로 달라그랬다. 


친구놈 면상이 확 구겨지더라.  

그래도 손님은 왕이라고 박박 우기니 쇠똥구리 씹은 표정으로 아이스크림을 푸기 시작했다.  

바닥에 붙은 껌 땔때 쓰는 껌칼같이 생긴 걸로 통 한가득 담겨있는 녹차아이스크림을 마구 찌르더라.  

원수라도 진것 처럼, 진짜 뻥아니고 있는 힘을 다해 내리찍더라. 

모서리로.  

근데 아이스크림은 표면에 손톱자국같은 생채기만 몇개 생길 뿐이지 미동이 없더라.  

부처같은 아이스크림. 

그러자 친구놈 이번엔 중앙이 아닌 사이드를 노리고 아이스크림과 철통사이의 틈에 그 칼을 비집어 넣어 보려 

안간힘을 쓰더라.  

틈은 틈이었는지 박히긴 박혔드랬지.  

뽑히지가 않더라. 

그 부처같은 아이스크림.  

그 아이스크림에 서늘하게 박혀 있는 그 껌칼을 친구랑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바라만 봤드랬지.  

친구놈, 

묵묵히 껌칼 하나를 더 꺼내들더라.  

대나무같은 친구놈. 

곧은 놈이 었지.  그건 알아야 한다? 

친구놈은 최선을 다했다.  

근데, 그건 그거고. 결국 그 껌칼도 얼마 안가 뽑히지 않게 되드라. 

....  

그러자 친구놈, 이번엔 조용히 그 녹차 아이스크림 통을 진열대에서 통째 꺼내더니 나에게 내밀더라.  

난 날더러 직접 푸라는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더라.  

친구놈이 독기를 품고 나에게 그러더라.  

"내가 이거 통째로 살태니까 다 처먹고가 씨발것들아." 

....  

결국 나랑 내 동기 다섯놈은 그 야밤에 베스킨라빈스 매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녹차아이스크림을  

양철통째 들고서 여섯명이 매달려서 핑크색 앙증맞은 숟가락으로, 아주 필사적으로 그리고 전투적으로.

먹어 치웠었드랬다. 

 
그거 아니? 

이제 나도 녹차 아이스크림이 싫다. 

 
오늘 집에 오는길에 베스킨라빈스에 들려서 아이스크림 사다 먹으면서 갑자기 생각나서...  

그래서 씨부려 봤다. 


너희들도 혹시 베스킨라빈스에 갈 일 있으면,  

커다란 패밀리사이즈 통에 녹차맛만 가득 체워달라고 해봐라. 

스쿱으로 싸대기 맞을지도 모르겠다...



출처 네이버 카페  패러다임(Paradigm)
제목:베스킨라빈스에서 일하는 내 친구놈이 말하길... 
글쓴이:다정다감 데디베어
http://m.cafe.naver.com/laon2009/9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