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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두 에세이] 어느 노부부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85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황희두
추천 : 1
조회수 : 4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4 23: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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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몇 달 전, 도쿄 여행 중 들른 어느 카페.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가 창가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거기서 혼자 멍하니 긴자 사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 오후 일정도 짤 겸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등장한 어느 노부부. 남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께선 거동이 무척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고, 덜덜 떠시면서 음료와 케이크를 들고 오셨다. 그들은 나를 가운데 두고 왼쪽, 오른쪽에 자리하셨다. 차마 두 분의 낭만을 깰 수 없기에 조심스레 자리를 비켜드린 나는, 힘겹게 할머니 쪽으로 짐을 옮기시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시며 "스미마셍"이라 외치신 그 노부부. 그들은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 노부부의 등장 이후 나의 사색은 완전히 끝나버렸고 모든 신경은 그들에게로 향했다.


도저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지만 무척 신나게 대화하시다가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러운 케이크도 떠먹여 드리고,

잠시 대화가 끊기더라도 창문 밖 같은 곳을 응시하며 침묵의 사랑을 나누시던 그 부부.


그들을 보며 절로 생겨나는 미소. 그러면서 동시에 드는 생각.

‘과연, 나는 저렇게 뜨거운 사랑을 평생 유지할 수 있을까?’

행여 떠나실 까 봐 나는 부랴부랴 번역기를 켜고 두 분께 '二人の愛が羨ましいです(두 분의 사랑이 부럽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여드렸다. 껄껄 웃으시며 연신 "아리가또"를 외치시는 두 분을 보며 순식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28살의 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사랑.


카페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보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영화의 엔딩.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동시에 영원한 여행을 떠난 주인공 부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영화 속 노부부는 동시에 생을 마감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겼다. 갑자기 그 영화가 떠오른 이유는 뭘까. 누군지도 전혀 모르는 그 노부부를 보며 언젠가 혼자 남겨질 누군가가 무척이나 괴롭고 쓸쓸할 거 같다는 괜한 오지랖은 아니었을까. 바라만 봐도 절로 미소가 나오던 그 노부부를 보며 나는 혼자 낭만에 빠졌고 여전히 오지랖은 변함이 없다. 오래오래 평생 함께 행복하시길.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어느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


그분들께서 나를 기억할리는 없지만,

나에게는 애틋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가온 그 노부부.

그들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그런 애틋한 사랑을 꿈꿔본다.


돈으로도, 명예로도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진정한 사랑.

살아가면서 그런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일까.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그리고 나도, 우리들도 모두 행복해지길.

출처 http://brunch.co.kr/@youthhd/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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