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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순간에 저물다
게시물ID : lovestory_85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
조회수 : 48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5/03 17:10:57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new

BGM 출처 : https://youtu.be/qlbPChyI2rw





1.jpg

이석현용접

 

 

 

온 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

 

보안경 너머로

삼천 도 불꽃 물의 길을 터 주면

두툼한 방열복 속으로

후끈 스며들던 고열의 마음들

 

서로 녹아 넘치도록 혼절해야만

한몸 되는 힘겨운 접목

뼈와 살을 녹여내는 아픔을

나눈 후 태어난 신생

 

기억을 가로지르는 고압선에서 나온

수많은 불티들을

온 가슴으로 막아내다가

지나온 길을 더듬어 균열을 살핀다

 

마음과 마음을 묶는 일이

얼마나 뜨거운 일인지

시뻘겋게 달아

온 몸으로 젖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







2.jpg

문태준물끄러미

 

 

 

한낮에 덩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입이 뾰족한 들쥐가 마른 덩굴 아래를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갈잎들은 지는 일로 하루를 살았다

오늘은 일기(日記)에 기록할 것이 없었다

헐거워지는 일로 하루를 살았다

나는 식은 재를 손바닥 가득 들어 올려 보았다






3.jpg

임보상추쌈

 

 

 

상추에

흰 쌀밥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넣다 말고

한 여인을 생각한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놓고

쌈장을 얹어

입에 가득 넣던 여인

 

왜 밥을 함께 싸지 않느냐고 하면

쌈은 거섭이 제일이야 하며

웃어 넘기시던 어머니,

남은 식구들을 위해

식은 보리밥 덩이지만

그렇게 참으셨던 것을

어느 풍년든 해가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파란 상추에

파란 상추만을 얹어

한 입 가득 물어뜯으며

이제는 그런 쌈도 못 자신

그분을 생각한다







4.jpg

강경보순간에 저물다

 

 

 

그냥쳐다본 일밖에 없다

동박새 아침 저녁으로 날고

눈썹날에 팔랑이는 바람 말고는

눈짓 한 번 준 일 없다

내 눈 밖에서

일생의 고요를 살던 동백꽃

내 한 번의 사랑을 받은 죄로

오늘

순간에 저물다







5.jpg


김종해황톳길

 

 

 

황간에서 상주상주에게 두원가는 길은

발바닥이 아프다

나는 여섯 살

배가 고파 하늘이 노랗다

가도가도 황톳길

나는 주저앉아 있고

뒤따르던 제비꽃애기똥풀꽃이

황토분 바르고

엄마 등에 업혀서 쉬고 있다

소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농부가

엄마의 미색에 반해서

여섯 살 나를 번쩍 들어 소 틍에 태웠다

무섭다고 악을 쓰며 나는 울었는데

발바닥이 아파도

배가 고파도

엄마와 단둘이 걷는 황톳길이

나는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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